[친절한 쿡기자] ‘진실을 압도하는 가짜’ 3개 가슴을 가진 여성 해프닝

[친절한 쿡기자] ‘진실을 압도하는 가짜’ 3개 가슴을 가진 여성 해프닝

기사승인 2014-10-07 16:12:55
재스민 트리데빌 SNS에 올라온 사진(왼쪽)과 도난된 가방에 3개의 유방 보형물이 들어있었다고 작성된 경찰의 서류.

재스민 트리데블(가명). 미국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이 21세 아가씨는 비키니 사진 하나로 네티즌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사진 속 그녀의 가슴은 분명 세 개였거든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는 미국 라디오 방송에서 “더 이상 남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가슴 하나를 이식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술비용은 2만 달러(약 2000만원)였죠. 수술해줄 의사를 찾기 위해 50명이 넘는 의사에게 연락했다는 경험담도 털어놨습니다.

그의 꿈은 자신의 ‘멋진’ 모습을 알려 연예인이 되는 거였습니다. 가슴이 부각된 의상을 입고 유튜브에 동영상도 올렸죠. 엽기적인 트리데블의 사연은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사로 다뤄졌고요. 연예인까진 아니지만 인터넷 스타가 된 건 분명해 보였습니다.

지난 5일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연구진은 ‘실시간 소문 추적기’를 공개했습니다.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얼마나 공유됐는지 분석해 특정 소문이 얼마나 빨리, 널리 퍼지는지 알려주는 사이트인데요. 정식 명칭은 이머전트(Emergent)입니다.

사이트를 만든 크레이그 실버먼은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3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사실, 거짓,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소문으로요. 그리고 놀랍게도 이머전트에 올라온 트리데블의 이야기는 ‘거짓’으로 분류됐습니다.

라디오에 출연한 트리데블의 인터뷰가 인터넷에 올라온 건 지난달 22일이었습니다. 3일 뒤 연예매체 TMZ는 ‘모든 것이 가짜였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녀의 거짓말은 공항에서 가방을 도둑맞는 바람에 드러났습니다. 경찰이 범인을 잡고 가방을 확인했더니 3개의 유방을 만든 보형물이 들어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진실이 밝혀지고 나서도 ‘3개의 가슴을 가진 여성’이라는 뉴스는 끊임없이 퍼져나갔습니다. 트리데블의 사연이 진짜라고 보도한 기사는 지난달 28일 기준 SNS에서 20만회 이상 공유됐습니다. 반면 루머를 논리적으로 분석한 기사는 8만1836회, 진실을 밝힌 기사는 6만4976회 공유됐습니다. 소문이 전달된 횟수에 3분의 1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지금도 트리데블의 사진이 떠돌며 ‘3개의 가슴을 가진 여성’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트리데블의 사례뿐이 아닙니다. 이머전트를 살펴보면 진실이 밝혀진 기사보다 소문을 다룬 기사가 훨씬 더 많이 퍼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루머는 흥미롭고 자극적입니다. 당연히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기겠죠. 최근 소녀시대 제시카를 둘러싸고 제기된 수많은 추측들이나 파라벤이 함유된 치약 때문에 벌어진 네티즌들의 불안도 같은 맥락입니다.

알랭드 보통은 저서 ‘뉴스의 시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독자나 시청자가 그런 사건(뉴스)들에 신경 쓰도록 설득하는 건 완전히 다른 임무다.’ 이제는 진실이 소문을 뛰어넘기 위해 그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가 아닐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박상은 기자 기자
pse0212@kmib.co.kr
박상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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