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신부, 2014년의 미영은 어떻게 사랑스러운가

나의 사랑 나의 신부, 2014년의 미영은 어떻게 사랑스러운가

기사승인 2014-10-08 17:01:55
사진=영화

“사랑해 미영.”

24년 만이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또 흔한 사랑이야기로 돌아왔다. 드라마나 영화 속 흔하디흔한 그런 얘기는 아니다. 기막힌 우연의 연속, 마법같이 빠져드는 사랑. 현실에선 과연 얼마나 가능한 일일까.

영화는 1990년 개봉한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했다. 원작은 배우 박중훈과 고(故) 최진실이 출연해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공감을 이끌어낸 게 주효했다. 연기력 출중한 두 배우가 선보인 자연스러운 호흡은 극 몰입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내용이 주목을 받았다. 평범한 신혼부부가 겪은 고충을 솔직하게 그려냈다. 시대를 거치면서도 끊임없이 회자된 원작에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원조’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1990년, 그리고 2014년

이런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건 분명 쉬운 결정이 아니다. 후속작이 원작을 뛰어넘긴 힘들다는 통설도 부담이 됐다. 임찬상 감독은 단순하게 생각했다. 앞서 간담회에서 임 감독은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는 좋아하는 작품을 리메이크할 기회가 와 영광이었다”며 “공감과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시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재탄생시키고 싶었다는 뜻이다.

감독의 고민은 영화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큰 틀에선 원작과 같은 플롯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여러 설정을 달리 했다. 인물 설정부터 차이가 있다. 박중훈이 연기했던 출판회사 직원 영민은 시 쓰기를 사랑하는 동사무소 공무원이 됐다. 조정석이 연기했다. 그가 사랑하는 미영에겐 직업이 생겼다. 1990년 최진실은 전업주부였지만 2014년 신민아는 미술학원 강사로 일한다. 맞벌이가 대세인 시대상을 반영한 설정이다.

원작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도 현대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버렸다. 신혼여행 첫날밤 약국에 콘돔을 사러갔던 영민이 머뭇거리다 감기약을 사들고 나오는 장면이나 출근한 영민을 위해 밥 위에 콩으로 ‘아이 러브 유(I Love You)’라고 적은 도시락을 싸주는 장면 모두 빠졌다.

대신 당당하게 신혼생활을 즐기는 부부의 모습이 담겼다. 조정석과 신민아가 분한 영민과 미영은 과감하다. 영민이 바지를 내리는 장면이 수차례 등장한다. 부부사이 갈등이 생겼을 땐 솔직하다. 각자가 느끼는 감정을 가감 없이 전한다. 화끈하게 싸우고 또 화해하길 반복한다. 보통 커플이 살아가는 ‘진짜’ 매일의 모습과 같다.



평범해서 특별하다

신민아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기대이상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예뻐 보이고 싶은 여배우의 욕심을 살짝 내려놨고 화장기 적은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대한민국 평범녀’로 변신했다. 간담회에서 취재진이 ‘여신’이라고 불리는 연예인이 평범녀 역을 소화한 게 인상적이라고 언급하자, 신민아는 “기존에 보여드리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처음 맡은 역할이라 걱정과 부담이 됐지만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했다.

노래를 일부러 못 부르는 장면이나 울먹이며 대사를 소화할 땐 어색함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울어도 웃어도 사랑스럽다. 연신 “사랑해 미영”이라고 말하는 영민의 대사에 수긍이 간다. 그만큼 작품에 잘 녹아들었다.



여기엔 조정석의 몫이 크다. 여성들의 시선에서 봤을 때 밉상인 영민을 너무 잘 표현했다. 영민이 얄미울수록 미영의 눈물에 공감이 간다. 조정석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의 전반을 이끌어간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주연에 도전한 조정석은 신민아에게 “고맙다”고 했다. “신민아의 연기력으로 호흡을 맞추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며 “재밌고 유쾌하게 촬영해 행복했다”고 전했다. 좋은 호흡을 바탕으로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는 모습까지 사랑스러운 부부가 됐다.

원작을 뛰어 넘었다고 말하긴 힘들다. 그러나 원작의 감동을 퇴색시키진 않는다. 작품은 24년 전에 그랬듯 보통 사람들의 보통 이야기를 담았다. 역설적이나 그래서 더 특별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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