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예술이냐 정치냐…영화 ‘다이빙 벨’ 이념갈등으로

[친절한 쿡기자] 예술이냐 정치냐…영화 ‘다이빙 벨’ 이념갈등으로

기사승인 2014-10-08 18:46:55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예기치 않은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영화 ‘다이빙 벨’로 인한 논쟁입니다. 상영작 선정을 두고 벌어진 갈등이 좌우진영의 대립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다이빙 벨은 ‘주류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현장의 진실’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영화입니다.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가 연출을 맡았죠. 그의 시선에서 본 팽목항 현장을 다큐멘터리식으로 엮어냈습니다.

영화는 BIFF 상영작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희생자 유족들은 반발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유족대책위 측은 “한쪽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BIFF의 상영 결정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죠.

대책위는 지난 1일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을 찾아갔습니다. 다이빙 벨 상영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서를 들고서요. 이들은 “구조에 실패한 다이빙 벨을 소재라 한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은 유가족을 우롱하고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 시장도 동조했습니다. 서 시장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영화제(의 중립성)를 훼손하는 행위를 두고 볼 수 없어 영화제 집행위에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며 “유족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관적인 시선으로 사실을 왜곡할 경우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것으로 우려돼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서 시장의 발언은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습니다. 상영작 선정에 조직위원장이 직접 개입하는 모양새가 된 겁니다. 이에 뉴 커런츠 심사위원으로 BIFF에 참여한 봉준호 감독은 “영화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영화를 어떻게 선정하고 상영하는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잘 몰라 하신 실수인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발언도 전해졌습니다. 이 집행위원장은 “다이빙벨을 상영할 경우 국고(國庫)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말도 들려오더라”며 문화체육관광부를 겨냥해 말했습니다. 하지만 발언이 보도되자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입장을 뒤집었죠.

비경쟁 영화제인 BIFF는 상영작 선정에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이 집행위원장과 학자 출신 등 7명의 프로그래머가 각각 11개 분야의 후보작을 추리고 심의해 선정하지요. 그런데 여기에 조직위원장의 개입은 물론 문체부 외압설까지 제기된 겁니다. 점입가경이지요. 전체 예산 123억원이 들어간 BIFF에 부산시는 60억원, 문체부는 14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논란은 국감장으로 이어졌습니다. 7일 열린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BIFF에서 다이빙 벨이 상영된 것을 두고 1시간 가까이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이 “상영을 감행하면 국고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했다는 게 사실이냐”고 묻자,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주최 측을 만난 일도 없고 국고 중단 압박을 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BIFF에 다이빙 벨은 지난 6일 이미 한 차례 상영됐습니다. 오는 10일 한 번 더 상영될 예정입니다. 극장 정식 개봉도 확정됐습니다. 10월, 극장가엔 또 한 바탕 파란이 예고됐네요.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남긴 상처는 여전히 깊기만 합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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