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영화들은 스타 배우를 캐스팅한다. 기본적으로 흥행이 보장된다는 게 이유다. 그런데 최근엔 좀 다른 움직임이 보인다. 인기보다 확실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영화의 전면에 서고 있다.
2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는 흔히 말하는 톱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다. 배우 조진웅(38)과 김성균(34)이 주인공 상연·하연 형제 역을 맡았다. 이들의 어머니는 중년배우 김영애(63)가, 여자 배우는 신예 윤진이(24)가 연기한다. 더구나 윤진이에게는 이번 작품이 스크린 데뷔작이다.
조진웅은 8월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명량’에 출연했다. 왜군 장수 와키자카 역으로 열연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주요 배역이었으나 주인공은 아니었다. 영화의 중심엔 최민식이 있었다. 그간 출연한 여러 작품에서도 주연보다는 주로 조연을 맡았다.
김성균은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연기경력은 10여년이지만 그의 첫 영화는 ‘범죄와의 전쟁’(2012)이었다. 이후 여러 작품에서 연기력을 뽐냈지만 그에게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2013년 방송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코믹한 캐릭터 삼천포를 연기해 비로소 빛을 봤다.
두 배우에겐 이번 작품이 남다른 의미를 지닐 것이다. 흥행여부에 따라 주연배우로 발돋움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14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영화에선 그 가능성이 충분히 보였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을 물 흐르듯 이끌어 나간다.
최근 개봉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도 비슷한 경우다. 배우 조정석(34)이 주연을 맡았다. 그의 첫 주연 도전이다. 조정석은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다른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영화엔 인기스타인 신민아가 출연했으나 조정석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작품을 빛나게 했다. 영화는 연일 예매관객수 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다양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고정적으로 주연을 맡는 톱배우 수는 한정돼 있다. 인기연예인보다 검증된 배우들이 중심에 서니 작품의 질이 올라가는 효과까지 있다. 영화계에 부는 신선한 바람이 잔바람에 그치지 않길 기대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