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 지원 확대 공약에 더해 접종 연령을 늘리는 국회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국산 HPV 백신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책적 뒷받침이 강화되며 국내 기업들의 개발 경쟁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HPV 감염증 예방을 위해 성별과 소득에 관계없이 12세 이상 26세 이하 전 국민에게 예방 접종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이행 의지가 지원 확대안에 힘을 보탤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제21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HPV 국가 예방 접종 지원사업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현행 법령상 정부는 HPV 감염 예방을 위해 12세 이상 17세 이하 여성 청소년과 18세 이상 26세 이하 저소득층 여성에 한해 국가 필수 예방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이 아닌 이들도 동일한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접종 비용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연령에 따라 2~3회 접종이 필요하며, 1회 접종당 15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앞서 윤석열 정부 때 남성 청소년에 대한 국가 지원 방안이 제시됐으나 질병관리청의 최종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정책 변화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HPV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HPV 백신 시장은 미국 MSD의 ‘가다실’(4가·9가), 영국 GSK의 ‘서바릭스’(2가) 등 해외 제품이 독점하고 있다. 수입 제품인 만큼 가격도 높다. 바이러스 보장 범위가 넓은 MSD의 9가 백신의 경우 국가접종지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3회 접종 시 약값이 50만~70만원대에 달한다.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들은 백신의 효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HPV 10가 백신을 자사 ‘5대 블록버스터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선정하고, 미국 바이오기업 선플라워 테라퓨틱스와 함께 공동 개발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기초연구 및 전임상 단계에 있으며, 오는 2027년 출시 후 3년간 누적 매출 2조5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2022년부터 5년간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 중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4월 보건복지부 산하 ‘백신 실용화 기술개발 사업단’의 과제에 선정됐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과제에서 자체 면역증강 기술을 기반으로한 HPV 및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후보물질 개발에 착수했으며, 2년 9개월 동안 총 38억5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 받게 된다. 유바이오로직스는 면역증강 플랫폼 ‘EuIMT’를 활용해 비용을 낮추고 효능은 높인 HPV 4가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포스백스는 HPV 9가 백신의 다국가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 백신은 바이러스유사입자(VLP)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VLP는 바이러스의 3차 구조를 모방해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BD코리아와 손잡고, 차세대 백신 전용 주사기 기술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접종의 정확성, 안전성, 사용 편의성 등에서 기존보다 향상된 성능을 갖출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도 HPV 백신 접종 확대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었지만 제도화까지 이르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며 “이번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글로벌 기업이 독점해온 HPV 백신 시장에 국산 백신의 진입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며 “확대 정책이 백신 자급화와 공급 안정성 확보는 물론, 국내 백신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