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설경구 “전 아직 멀었죠. 김성근처럼 되려면”… 이 말, 공감되나요?

[쿠키 人터뷰] 설경구 “전 아직 멀었죠. 김성근처럼 되려면”… 이 말, 공감되나요?

기사승인 2014-10-27 15:57:55
사진=박효상 기자

겸손은 미덕이다. 하지만 배우 설경구(46)가 “난 (배우로서) 아직 멀었다”라고 말했을 땐 의아했다. ‘에이, 그냥 하는 소리겠지’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만큼 영화 ‘나의 독재자’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강렬했다.

영화에서 설경구는 평생을 자신이 김일성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무명배우 김성근을 연기했다. 극중 성근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계획된 리허설에서 김일성 역으로 캐스팅 돼 남다른 의지를 불태운 인물이다. 아들에게 당당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픈 마음이 컸기에 마음은 더 간절했다. 하지만 회담이 무기한 연기되며 그는 평생을 작품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작품에 대한 열정에 불타오르는 배우. 어딘지 실제 설경구의 모습과 겹쳤다. 하지만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나도 못 빠져나온 영화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며 “김성근이라는 인물과 비교해보니 나는 (작품에서) 금방 빠져나오는 편이더라”면서 웃어보였다.

설경구는 이번 영화에 유독 공을 들였다. 10개월을 온전히 촬영 준비에만 할애했다. “왠지 비워둬야 할 것 같은 영화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북한 선전영화 등을 보며 김일성의 손짓 하나까지 연구했고, 북한에서 온 사람을 선생님으로 두고 사투리를 연습했다.


분장에도 공을 들였다. 나이든 성근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 김일성과 비슷해야 했지만 진짜 김일성이 되어선 안됐다. 설경구는 “김일성 역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닮아 보이는 부분은 피했다”며 “‘설경구가 늙은 모습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분장했다”고 설명했다.

턱선의 미세한 각도까지 그는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인터뷰 중 갑자기 스태프에게 본인의 휴대전화를 가져다달라 부탁하더니 초기 분장했던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이것 봐라. 이때는 턱이 이렇게 더 각져 있었다” “이 모습은 김일성과 너무 비슷했다”며 사진 몇 장을 넘겨 보였다. 그의 연기는 역시 단순히 시나리오 대사 몇 마디 외운 데서 나온 게 아니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며 그가 얼마나 많은 생각 속에 극중 인물이 되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2막에 들어가 선을 찾는 게 어려웠어요. 이 아버지가 역할에서 못 빠져나온 건지 아님 안 빠져나온 건지. ‘일상에서 연극을 하는 것이냐’ ‘정말 그냥 김일성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냐’ 계속 고민을 했죠. (기자는) 어떻게 보셨어요?”


설경구는 특히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 압박감을 심하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신은 그간 아버지가 왜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를 명확히 밝혀주는 클라이맥스였다. 그 장면에 확실한 인상을 남기지 않으면 관객들은 결국 ‘이거였어? 겨우 이거 하려고 그랬던 거야?’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고민했다.

“거기서 모든 걸 한 번에 보여줘야 했죠. 아들과의 소통도요. 그게 해결 안 되면 다 무너질 것 같았어요. ‘나의 독재자’도 김성근도 무너지는 느낌. 그런 허무함이 어디 있어…. 그래서 날이 서있었어요. 예민의 극치를 달렸는데 그걸 다 감독에게 쏟아냈어요. 감독도 놀라고 화내고, 그 장면 때 갈등이 심했죠.”


현재 설경구는 다음 작품 ‘서부전선’을 촬영하고 있다. ‘나의 독재자’ 촬영이 끝난 뒤 두 달 정도 쉬고 바로 들어간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나의 독재자’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설경구는 “마음이 어수선하고 급해질까봐 (오래 준비했다)”며 “다른 작품과 겹치면 사람이 사실 좀 벙 뜬다. 그래서 독재자는 그냥 놔두고 싶은 작품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영화가 잘 나왔나 보다”는 기자의 칭찬에 설경구는 쑥스러운 듯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그렇다고 내가 계속 그렇게 할 줄 알아(웃음)?” 하지만 인터뷰가 끝난 뒤엔 “김성근까진 아니어도 (그만큼 작품에) 집요하게 집중하고 싶다”던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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