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5사단에서 근무하던 구모 이병이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직후 “선임병들에게 구타를 당해 쓰러졌다”고 주장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0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2012년 2월 18일 부대에서 쓰러진 구 이병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지 1년 7개월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구 이병이 쓰러진 다음날 헌병대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구 이병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취사 지원을 나갔다가 생활관으로 복귀한 후 오후 1시쯤 오락실에서 동료 병사와 함께 게임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군 당국은 당시 구 이병이 쓰러진 이유에 대해 ‘뇌동정맥 기형에 의한 뇌출혈’이라고 기록했다. 외상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뇌동정맥기형은 선천적인 발달 이상으로 동맥이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정맥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혈관 기형이다.
구 이병이 의식을 되찾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자 사고 당시 상황과 자신을 구타한 선임병들의 이름과 구타당한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구 이병의 가족들은 “군이 구타사건을 은폐했다”며 “형사소송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 관계자는 “당시 춘천한림대성신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한 결과 담당 의사는 ‘외상 흔적이 없다. MRI촬영 등 정밀검사 결과 선천적으로 좁아져 있는 뇌혈관으로 인해 뇌압이 상승해 혈관이 파열이 돼서 출혈이 발생해 쓰러진 것’이라는 소견을 밝힌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구 이병도 상병 전역했고 당시 선임병들도 이미 전역을 해서 군 수사기관에서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선임병들은 지금 구타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따질 문제 아니겠느냐”는 입장을 취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 군도 육군에서 당시 구 상병 측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 투명하게 조사했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해보겠다”며 “병영부조리, 구타 사망사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임병들은 구타 여부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구 이병 측을 무고죄로 맞고소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