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 기세가 대단합니다. 개봉 첫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점령했습니다. 예매점유율이 70%를 넘습니다. 경쟁작을 꼽기도 힘듭니다. 쏟아지는 호평 속에 압도적인 흥행기록을 기록하고 있죠. 그런데 영화를 본 관객들이 늘면서 다른 의견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칭찬일색이던 영화평이 점점 다양해지는 양상입니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에만 130만명이 넘는 관객이 인터스텔라를 봤습니다. 토요일인 8일 68만3974명, 다음날인 9일 64만8441명을 모았지요. 같은 날 개봉한 ‘패션왕’이 양일 20만이 좀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그나마 선방했습니다. 다른 영화들은 한 자릿수 점유율을 보이며 고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터넷에서도 뜨거운 이슈입니다. 물리 공부 열풍이 불 정도입니다. 중력 방정식이나 일반 상대성이론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 글들이 줄지어 오릅니다. 영화가 우주와 물리학 등 일반인들에겐 낯선 얘기를 다뤘기 때문이지요. 영화를 보며 이해하기 어려웠던 내용을 다시 알아가며 관객들은 또 다른 재미를 찾습니다.
하지만 이는 영화의 맹점이기도 합니다. 중간 중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빠른 전개를 따라가는 관객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내용에 완전히 몰입되지 않으면 지루해지기 마련이죠. 게다가 상영시간은 169분입니다. 보통 100분 내외인 일반영화들보다 훨씬 긴 시간입니다. 내용을 어렵게 느낀 이들은 이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겠죠.
여기서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일부는 “내 생애 최고의 영화였다” “끝나고 한참 멍했던 영화 정말 오랜만이다” “놀라울 만큼 감동을 받았다. 단순한 공상과학영화가 아니라 이론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더 재밌었다”는 찬사를 보냅니다. 반면 “재밌었지만 그렇게 훌륭한 정도는 아니었다” “중반부 이후 너무 지루했다” “지루함의 끝을 달리는 영화였다”는 혹평도 적지 않습니다.
크리스토퍼 감독의 전작 ‘인셉션’(2010)과 비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인셉션은 인간의 잠재의식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다뤄 극명한 호불호가 나뉘었던 작품인데요. 반응이 인셉션 때와 비슷해 흥미롭다는 의견들입니다. 몇몇 네티즌들은 “이렇게 심하게 의견이 갈리는 게 너무 신기하다” “어떤 사람들은 자다가 일어나 ‘뭔 소리냐’고 하지만, 누구는 세 시간동안 시계 한번 안보고 재밌게 본다”며 반응을 지켜봤습니다.
앞서 미국 영화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는 이미 이런 반응을 예측했습니다. 유명 영화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집계되는 ‘작품 신선도’ 평가에서 점점 수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이 영화의 최대 약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 미국 평론가들 사이에선 “미학적으로 아름답고 장대한 스케일을 가진 SF드라마지만 스토리텔링과 전개에 문제가 있다” “동네 상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싸구려 감성을 담았다”는 등의 혹평이 나옵니다. 영국 가디언은 “우주에서 길을 잃었다”는 평가와 함께 별점 다섯 개 만점에 세 개를 줬지요.
영화를 본 여러분의 의견은 어떤가요? 화제성에 걸 맞는 명작인가요, 아니면 이런 흥행 돌풍이 의아할 따름인가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