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에 놀랐네④] “생각하니 이상해”… 인터스텔라, ‘황당’ 옥의 티 15선

[놀란에 놀랐네④] “생각하니 이상해”… 인터스텔라, ‘황당’ 옥의 티 15선

기사승인 2014-11-15 16:32:55
사진=영화

*아래 기사는 ‘인터스텔라’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독자는 ‘뒤로’ 버튼을 눌러주세요.

영화 ‘인터스텔라’가 비수기 극장가를 점령했다. 지난 6일 개봉 직후부터 일별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 압도적인 좌석점유율을 보이며 9일 만에 누적관객수 340만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14일 기준)을 돌파했다.

영화의 매력은 분명히 있다. 화면에서 느껴지는 웅장함이 대단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생각들이 고개를 든다. 납득이 잘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의아함이다. 중력, 상대성이론 등 어려운 과학지식만이 아니다. 단순한 줄거리에서도 그렇다.

최근 미국 연예전문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사람 화나게 하는 인터스텔라 허점 15가지(15 maddening 'Interstellar' plot holes)’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재밌는 지적들이 많아 간단히 줄여 소개한다.

1. 차라리 슈퍼로봇을 보내는 게 낫지 않았나?
브랜트 교수(마이클 케인)는 굳이 우주에 쿠퍼(매튜 맥커너히)를 보냈다. 물론 로봇은 임기응변 능력이 떨어지긴 한다. 대신 그들은 혼자 남았다고 난리를 치지도, 애인 있는 행성에 가려고도 하지 않는다. 또 딸 생일에 맞춰 지구로 돌아가려도 안한다. 사람을 보내면 산소, 식량, 물과 연료를 실어야하지 않는가. 가족이 보낸 가슴 찢어지는 내용의 비디오 메시지를 볼 시설까지 갖춰야하고 말이다.

2. 굶주린 인간들이 폭동을 일으키지 않는다?
내용에 영토전쟁이 있었다는 언급이 있긴 하다. 그런데 굶주린 사람들이 먼지 덮힌 차 안에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는 게 믿어지나. 최소한 식량을 구하기 위해 옥수수밭이라도 습격해야 하는 게 아닌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레스토랑에서 일한 적이 없는 게 분명하다. 아무리 얌전한 손님도 40분 동안 음식을 주지 않으면 난리가 나는데.


3. 우연히 나사(NASA)에 나타난 쿠퍼, 갑자기 조종사가 된다?
쿠퍼는 지구를 구하는 임무에 무척이나 큰 이상을 갖고 있다. 브랜드 교수와는 안면까지 있으며 불과 반나절 걸리는 거리에 살고 있었다. 나사는 이를 파악하고 먼저 연락했어야 한다. 또 나사에 쿠퍼가 아닌 다른 조종사가 없었다는 것도 의문이다.

4. 냉동 수면장치는 왜 그렇게 더러운가?
모래 폭풍이 불 때 우주선 창문이라도 열어놓기라도 한 걸까.

5. 영화 속 외계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긴 했나?
영화에서 우리가 외계인을 보기는 했던가. 외계와의 교류 장면이 잠깐 등장하긴 한다. 그런데 이게 실제 외계인이 아니었다면 인류의 미래모습이었단 말인가. 다시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쿠퍼가 우주의 유령쯤으로 밝혀진 것인가?

6. 가족들 메시지 받고 울면서, 왜 행성 생존가능성을 알리진 못 하나?
얼마나 거지같은 아버지인지 알려주는 우울한 내용이지만, 쿠퍼는 자식들에게 여러 차례 영상 메시지를 받는다. 은하계 저쪽에서 웜홀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받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쪽에서 지구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게다가 행성 거주 가능성이라는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인데?

7. 로밀리(데이빗 기아시)는 쿠퍼와 아멜리아(앤 해서웨이)를 23년 동안 홀로 기다렸다. 어떻게 그토록 제정신일 수 있나?
한두 번 수면을 취하긴 했다. 하지만 10년 넘게 혼자 지냈다. 쿠퍼가 돌아왔을 때 로밀리는 아이가 늦게 들어와서 기분 좀 좋지 않은 아버지 같은 표정을 지으면 안됐다. 23년을 우주에서 홀로 버텼다. 지겨워 죽겠는 심정을 겪으면서도 미치지 않았다. 그런데 더욱 슬픈 일은 결국 만 박사(맷 데이먼)에 의해 폭사당한 다는 것이다. 로밀리는 영화에서 가장 비극적인 캐릭터다.


8. 두 사람이 가서 빙산 하나 살핀다고 그 행성에 대해 다 알 수 있나?
쿠퍼와 만 박사가 행성을 살피기 전까지 과학자들과 슈퍼로봇, 우주선까지 돌아다니면서 탐사했다. 그런데 그 행성에서 거주가 불가능하다는 걸 몰랐을까? 둘이 가서 빙산 하나 살핀다고 그 행성에 대해서 전부 알 수 있는가.

9. 우리를 구하고 싶었던 외계인과 미래 인류. 그냥 교수님에게 비밀 방정식을 알려주면 간단하지 않았나?
길고 복잡한 인류 기아 가족 멜로드라마를 연출하기보다 그 편이 더 쉽지 않은가. 특히 모스 부호로 알려줄 정도로 그토록 간단하다면 말이다. 아니면 아예 식량 재배법을 알려주던지. 쿠퍼는 4차원에 가기 위해 몇 번이나 죽을 위기를 넘겼다. 정말 형편없는 계획이 아닌가.

10.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행성, 우주선, 그리고 인간까지 블랙홀에 접근할 수 있다는 말을 믿어야한다.
아니면 1979년에 나온 영화 ‘블랙홀’의 법칙에 따르거나 말이다. 그리고 사랑이 차원을 관통하는 힘이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럼 다른 감정은 또 다른 차원에서 힘을 발휘하나? 예를 들면 부끄러움은 6차원에서 힘을 쓴다. 뭐 그런 식이란 말인가.

11. 쿠퍼가 5차원 테사렉트 서재(머피 방)에 있을 때 로봇은 어디에 있나?
로봇과 대화를 하는 것을 보니 같은 장소는 아닌 걸로 보인다. 어떤 수신 장치가 블랙홀에서 통한다는 얘기인가? “5차원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대답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한가지 더. 머피(제시카 차스테인)처럼 뛰어난 과학자가 갑자기 인류의 위기를 푸는 열쇠를 어린 시절의 귀신들린 책장에서 찾는다고?


12. 로봇 발에 뭐가 달려있던 걸까? 바퀴인가?
대형 사각형 금속바닥에 사방이 미친 듯 긁혀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아니면 최소한 소음이라도 나거나 말이다. 어쨌든 그 로봇은 정말 탐난다.

13. 아멜리아는 그 오랜 시간동안 뭐했나?
쿠퍼는 지구 시간으로 124살이 된다. 인류가 소프트볼 경기장에 곡물까지 재배할 수 있는 멋진 원형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정도로 시간이 지났다. 그때까지 아멜리아는 행성에 가지 못했다는 건가? 쿠퍼처럼 블랙홀에 들어가기도 않았고 그 행성은 블랙홀 근처에 있는 것이 아니니 나이라도 들었어야 하는 게 아닌지. 어쩌면 쿠퍼가 죽었다는 설이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14. 아멜리아가 다른 남자랑 행복하게 사는지 쿠퍼는 어떻게 아나?
아멜리아가 있는 행성에서 태양계로 기본적 신호 말고는 보낼 방법이 없다. 그런데 쿠퍼는 아멜리아가 에드먼드와 행복하게 지낸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15. 힘겹게 재회한 부녀. 2분 만에 쿨하게 헤어지다니?
쿠퍼는 딸에게 돌아가기 위해 애를 쓴다. 머피 역시 아버지를 다시 만나길 갈망한다. 그런 부녀가 결말쯤 겨우 2분 만난다. 쿨하게 돌아선 쿠퍼는 아멜리아를 만나러 간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기까지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지적한 내용이다. 영화를 본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