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19대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시사인 주진우(41) 기자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4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실형을 구형했다.
17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은 허위사실을 보도해 특정 대선 후보자 가족을 반인륜적 범죄자로 몰아세웠다”며 주 기자와 김씨에게 1심과 같이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들은 신동욱씨의 관련 형사재판 1, 2심 판결문과 박용철씨 증언 등에 따라 관련 보도가 허위사실임을 알았음에도 이를 보도했다”며 “또 대선이 임박한 시기에 보도를 한 후 고소인 측의 정정보도 요청이 있었음에도 이를 반영되지 않은 점, 나는 꼼수다 방송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속적인 반대의견 등을 표명한 점 등에 비춰보면 비방목적 및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 기자의 박 전 대통령에 관한 출판기념회 발언에 대해서도 “주 기자가 2005년 작성한 기사에도 박 전 대통령과 서독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기사에 포함된 만큼 착오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박 전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목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한국사회의 표현의 자유의 수준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주 기자와 김씨의 기사 및 방송, 출판기념회 발언은 모두 대법원 판례 취지에 따를 때 무죄임이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들이 이 같은 보도를 하게 된 데에는 합리적 의혹이 존재했고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적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 기자는 최후진술에서 “취재 과정에서 수차례 살해 위협을 받아 취재하기가 무서웠다”며 “수사기관조차 사건을 외면한 상황에서 제가 그 증거를 확보해 눈감을 수 없었다. 이제 취재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이 사건을 다루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다룬 건 아무리 봐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이상한 사건을 이상하다고 말할 권리를 보호해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공판기일에는 5촌간 살인사건 당시 이들과 함께 술을 마신 남성에 대한 증인심문이 예정됐으나 그가 몇 년 전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이뤄지지 않았다.
주 기자는 2012년 대선 직전 지만씨가 5촌 조카 피살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기사를 쓰고 김씨와 함께 이를 ‘나꼼수’ 방송에서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주 기자는 또 3년 전 한 출판기념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허위 사실을 언급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도 받았다.
김씨는 주 기자의 해당 보도를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를 통해 확산시킨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평결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해 1월 16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