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Product Placemen)은 요즘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간접광고 전략입니다. 최근엔 상표명을 클로즈업하는 등 노골적인 PPL이 자주 목격됩니다. PPL의 사전적 뜻은 ‘어떤 제품을 영화나 드라마 속에 소품으로 등장시켜 홍보 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PPL은 2009년 방송법 개정으로 합법화됐습니다. 이후 드라마 제작사는 주요 자금줄로 PPL을 활용하게 됐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외주제작사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PPL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그러나 최근 드라마의 내용 전개에 방해될 정도로 PPL이 남발돼 눈살을 찌푸리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표명을 장시간 드러내는 PPL을 해도 잘했다고 칭찬받는 드라마가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바로 사회초년생들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는 tvN ‘미생’입니다.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PPL을 찾아낸 후 즐거워합니다. “이거 나만 눈치챈 건가요?”라면서 말이죠.
한 네티즌에 의해 미생에 등장한 PPL을 패러디한 영상도 만들어졌습니다. 12화에서 김동식 대리(김대명 분)가 커피를 타는 장그래(임시완 분)를 향해 “뭐하는 거야? 가을 타?”라고 묻자 장그래는 “커피 탑니다”라며 미소를 짓는 장면입니다. 김 대리는 장그래의 이마에 꿀밤을 한대 때려 주죠. 여기에 ‘지금 여기,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 맥심 모카골드’라는 실제 CF에 쓰였던 성우 목소리를 덮자 TV광고로 내보내도 손색없는 영상이 나왔습니다. 해당 업체 입장에선 예정에 없던 홍보 효과를 덤으로 얻은 셈이네요.
그 밖에도 숙취해소음료, 생수, 휴대전화, 복사용지 등 PPL 소품들과 프렌차이즈 요식업체의 상표가 나오는 PPL도 극 중 흐름을 방해하기는커녕 오히려 현실감을 높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소품들이 배경 그 자체로 쓰이면서 억지스러움을 피했다는 겁니다.
네티즌들은 “미생은 오히려 어떤 PPL이 나올까 기대하게 만든다” “미생의 또 다른 묘미는 숨은 PPL 찾기” “PPL을 하려면 이렇게” “정말 자연스러워서 PPL인 줄도 몰랐네”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미생의 김원석 PD는 “기획단계부터 드라마와 어울리는 협찬만 받도록 했다”며 “드라마의 방향과 다르거나 어색한 제품이면 거액을 준다 해도 받지 않겠다고 고집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드라마의 주요 배경이 우리와 친숙한 사무실이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을 겁니다.
PPL인지 모르게 하는 PPL이 가장 좋은 PPL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미생은 작품 속에 이질감 없이 PPL을 녹여낼 수 있다면 티가 좀 나더라도 시청자들이 기꺼이 이해해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첫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