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액션영화에 내용적 깊이를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다. 영화 ‘빅매치’가 관심 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배우 이정재(41)와 신하균(40), 그리고 신인배우 보아(본명 권보아·26)의 출연 때문이다.
이정재와 신하균이 작품에서 만난 건 처음이다. 연기력과 인기를 겸비한 배우들이지만 최근 필모그래피 명암은 갈린다. ‘도둑들’(2012)로 화려하게 부활해 ‘신세계’(2012) ‘관상’(2013)까지 3연타석 홈런을 친 이정재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반면 신하균은 빼어난 연기력에도 유독 영화에선 재미를 못 본 편이다. 이들의 엇갈린 운명이 ‘빅매치’에선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흥미롭다.
영화는 가수로서 정점을 찍은 보아가 연기자의 길로 나서는 신호탄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보아는 드라마 등에서 짧은 연기를 선보인 적이 있다. 미국배우 데릭 허프와 호흡 맞춘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로 할리우드에도 도전했다. 그런 그가 국내 스크린 데뷔작으로 ‘빅매치’를 선택했다. 팬들의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영화는 지난 20일 열린 시사회를 통해 언론에 먼저 공개됐다. 볼거리는 충분했다. 유머와 버무려진 시원한 액션은 속도감 있게 이어진다. 이야기 구성도 신선했다. 영화는 대한민국 상위 0.1%를 위한 게임을 설계하는 에이스(신하균)와 격투기 선수 최익호(이정재)의 대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형(이성민)을 인질로 납치한 에이스의 계략에 최익호는 게임의 경주마가 되고, 진짜 목숨을 건 게임을 한 단계씩 진행해 나간다. 내용은 물론 화면구성까지 실제 비디오 게임처럼 꾸며 재미를 살렸다.
이정재는 단순무식한데 싸움과 운동은 잘하는 최익호 역에 녹아들었다. 잘생긴 외모와 카리스마는 잠시 내려놨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연기는 기본이고 온몸을 던져 연기했다. 쉴 새 없이 뛰고 구른다. 낮지 않은 강도의 액션연기였지만 이정재는 90% 이상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고 한다. 그만큼 영화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신하균은 광기어린 천재 악당 역을 완벽히 소화했다. ‘누가 이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장면마다 다채롭게 변하는 표정연기가 놀랍다. 미묘한 웃음을 짓다가도 감정변화를 표현할 땐 눈빛부터 달라진다. 상황이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아 앙탈을 부리 듯 분노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주고받듯 빠르게 연결되는 장면들 사이 다소 맥이 끊기는 부분이 있다. 보아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극중 보아는 에이스의 지령에 따라 최익호를 다음 미션으로 안내하는 수경 역을 맡았다. 긴 대사나 어려운 내면연기는 없었다. 액션연기가 많았으나 수월하게 해냈다.
다만 대사처리에선 아쉬움이 보였다. 표정연기에서조차 어색함이 느껴졌다. 준비가 덜 된 ‘신인배우’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주연이기에 결국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아는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했다. 보아는 “첫 영화를 선택하며 고민이 많았지만 수경 캐릭터는 막연히 잘 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영화가 재밌게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제 부분이 좀 아쉬워서”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는 옆 자리에 앉은 최호 감독를 바라보며 “그죠”라고 물었다. 민망한 듯한 웃음을 가득 띤 채 얘기했다. 최 감독은 아무 말이 없었다.
보아는 “그래도 열심히 한 만큼 (관객들이)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마이크를 내려놨다. 이때 이정재와 신하균은 어색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던 건 개인적인 느낌이었을까. 영화는 26일 개봉한다. 평가는 관객들에게 넘어간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