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들 “‘오너일가’ 타면 극심한 스트레스… 직원을 ‘종’으로 여겨”

대한항공 조종사들 “‘오너일가’ 타면 극심한 스트레스… 직원을 ‘종’으로 여겨”

기사승인 2014-12-10 16:41:55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게시판 캡처

“커피 마시는 것조차 보기 싫어하고, 기내 방송 목소리가 작다고, 영어발음이 조금 서투르다고 듣기 싫어하고, 직원이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줬다고 싫어하고… 사소한 거 하나 하나 그냥 넘기지 못하는 모습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비행이 끝나면 객실 사무장이 탈진으로 쓰러진다는 말이 나올 만도….”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노동조합 게시판을 통해 ‘오너 일가’를 상대하는 스트레스를 성토하고 나섰다.

조합원 A씨는 지난 9일 ‘오너 일가를 태운 비행에 스트레스가 많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씨는 “객실에 탑승한 오너 일가가 유심히 보는 건 비행기를 어떻게 조종하는가와 기장이 방송을 얼마나 잘 하느냐”라며 “비행이 끝나면 여기저기서 전화가 온다. 승객 탑승할 때 조종실에서 어떻게 하고 있었느냐, 방송할 때 혹시 이런 단어를 사용했느냐 등 난리가 난다”고 적었다.

A씨는 대한항공이 지난 8일 공개한 사과문에 대해서도 “책임을 사무장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며 “이런 식의 사과문은 국민을 향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국민을 자극해서 역효과만 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A씨는 또한 “회사가 망하면 망했지 오너의 제왕적인 위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을’로서 바라는 건 자식 중에 성군이 태어나길 바라고 품성이 좋은 자식이 회사의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 뿐”이라고 자조 섞인 말로 글을 마무리 했다.

다른 조합원 B씨도 ‘이번 땅콩 사건으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B씨는 “이번 땅콩사건을 보면서 터질 것이 터졌구나 생각했다”며 “제주에서 회장님을 모시고 온 적이 있다. 당시 햇빛 가리개인 선바이저를 내리고 있었는데 몇 분 후에 팀장으로부터 ‘지상에서 특별히 햇빛이 강하지 않으면 선바이저를 치지 말라’라는 전화가 왔다”고 적었다.

이어 “직원들을 자신의 종이나 하인으로 보는 오너 일가의 재벌 마인드가 이번 사건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조현아 부사장이 조용해져도 다시 복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이번사건의 정신적 충격으로 병가를 낸 그 사무장이 다시 팀장으로 비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라고 반문했다.

네티즌들은 “우리나라는 아직 왕조 시대인 듯” “고려항공도 저렇겐 안 하겠다” “대한항공 이름 못 쓰게 해야” “작은 대한민국” “막장드라마에 나오는 쓰OO 재벌이 다 사실이라니” 등의 댓글을 달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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