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회항을 지시한 항공기에 탑승하기 전에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국토부는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재조사 추진 여부 등을 15일 결정할 예정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2일 실시한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실 조사에서 “탑승 전 저녁 식사에서 와인 두 잔(소량)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지난 5일 조 전 부사장이 탄 대한항공 KE086 항공기는 현지시간으로 저녁 식사시간으로부터 수 시간 후인 0시50분 출발 예정이었다. 따라서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이 취한 상태였다는 의혹을 사실상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재계와 증권가에는 정보지(일명 찌라시) 등을 통해 ‘당시 조 전 부사장이 술에 크게 취해 과격한 언행을 보인 것’이라는 의혹이 퍼져 있었다.
사건 발생 이후 국토부는 조사팀(8명)을 구성, 현재까지 조 전 부사장을 포함해 기장·사무장·객실 승무원 등 총 11명을 조사했다.
조 전 부사장은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기내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국토부는 “기내 서비스 문제로 기장과 협의해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는 대한항공 측 해명과 대부분 일치했다”며 “일부에 대해선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귀가하는 자리에서도 “폭언·폭행 등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 당사자인 박 사무장이 검찰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매뉴얼이 담긴 케이스 모서리로 자신의 손등을 수차례 찍었고, 승무원과 자신의 무릎을 꿇리게 했다”고 증언해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계자들의 증언들이 언론과 검찰 수사를 통해 나오면서 국토부가 대한항공과 사전에 교감을 갖고 부실조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박 사무장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조사위원회 내부에선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쪽에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이 문제 삼은 견과류 제공 서비스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땅콩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고객도 있어 기내 서비스 매뉴얼을 보면 땅콩은 봉지부터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