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유명 웹툰 작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만화가협회가 이를 비호했다’라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 논란이다. 사단법인 ‘한국만화가협회’는 “해당 작가를 비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월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에 ‘한 웹툰 작가를 고소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B작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A씨는 “B작가가 매를 들고 얼굴 앞에서 위협하는 일이 일상다반사였다”며 “본인과 또 다른 문하생 C양에게 제대로 하라고 매로 엉덩이, 허벅지 등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A씨는 “그 와중에 성희롱 발언 또한 수위가 높아졌다”며 “‘여자들은 자위 기구 하나씩 다 있니?’ ‘여자들 자위 어떻게 해?’ ‘너 궁둥이가 엄청 커’ ‘가슴을 좀 더 모아봐’ 등의 발언을 했다”고 적었다. 또한 “셀 수도 없이 많은 성희롱을 해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지어봤지만 B작가는 ‘어차피 다 성인인데 뭐가 문제’고 둘러댔다”고 덧붙였다.
B작가는 강제추행 혐의로 지난 17일 징역 8개월에 성범죄 예방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은 후 항소했다.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일부 한국만화가협회 소속원이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퍼졌고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만화가협회는 19일 입장을 발표했다. 협회는 “우리가 B작가를 비호하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우리 협회의 입장과 사실관계를 밝힌다”고 말문을 열었다.
협회는 “일부가 재판정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작가들 간의 개인적 친분으로 한 일로 B작가에 대한 선처를 호소한 것일 뿐, 절대 무죄를 주장한 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개인적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이러한 행위를 이사회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 협회는 만화계에 자리 잡고 있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사)한국만화가협회의 입장
지난 12월 17일 정 아무개 작가의 형사 선고와 관련하여 만화인(http://manhwain.com/)에 “재판정에 일부 만화가들이 참석하여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는데요. 그 가운데 일부는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라고 합니다.”라고 실린 이후 마치 (사)한국만화가협회(이하 우리 협회)가 정 아무개 작가를 비호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확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리 협회의 입장과 사실관계를 밝힙니다.
1. 우리 협회는 사건 발생 이후 이 문제가 개인의 문제이며 동시에 구조의 문제라 생각하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는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피해자들과 계속 교감을 해왔고 그들의 고충을 들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미스런 사건을 숨기기 위해 쉬쉬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이와 관련된 ‘토론회’를 개최해 사건초기의 미숙한 대응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2. 재판정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이사가 아닌 작가들 간의 개인적 친분으로 한 일로써 그저 가해자에 대한 선처를 호소한 것일 뿐, 절대 무죄를 주장한 바도 없습니다.
3. 뿐만 아니라, 이번 탄원서 건은 우리 협회의 이사회에서 단 한 마디도 논의된 적이 없었으며, 회장 이하 이사회에서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일도 아니었습니다. 협회의 공식적 입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개인적 판단이었을 뿐입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친분이 있고 그에 따른 개인적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협회 임원진으로서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이러한 행위를 이사회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정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5. 앞으로도 우리 협회는 만화계에 자리 잡고 있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만화인 여러분들의 관심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2014. 12. 19.
(사)한국만화가협회 회장 이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