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감독 김상만)에 자신감이 있다는 유지태(38). 한일합작영화여서 제작 초기부터 개봉하기까지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소재도 쉽지 않은 오페라다. 그런데 그는 “포커스를 딱 상업적인 부분에 맞춘 영화가 아니다. 그런 점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며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린 이유다.
“개봉이 미뤄지면서 몸보다 마음이 힘들었어요. 관객들 외면보다 개봉을 못할까봐 더 마음이 아팠죠. 관객한테 한 번 시험을 당하면 여기까진가 보다 생각할 텐데 그런 기회조차 없으면 지금 이런 얘기도 못하는 거잖아요. 제가 ‘열심히 했어요’라고요.”
유지태도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 프로덕션 문제로 1년 동안 촬영이 중단됐을 때 “포기해야 되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친구들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단다. 그는 “감독, 촬영, 분장, 조명 팀 모두 한번씩 작업했던 친구들”이라며 “오버해서 생각할 수 있는데 내가 여기서 배반하면 없어지니까 포기할 수 없었다. 그 사이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는 천재 테너 배재철(유지태)이 갑상선암으로 목소리를 잃은 후 친구이자 매니저 사와다(이세야 유스케), 아내(차예련)와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10월 일본에서 먼저 개봉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지태는 “오페라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개봉을 해봐야 알 것 같다”면서 “김상만 감독의 음악적 재능을 상당히 신뢰한다. 클래식 쪽은 아니지만 팝, 락, 인디음악을 굉장히 잘 알기 때문에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고백했다.
두 사람은 2010년 ‘심야 FM’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당시 시나리오를 보고 김 감독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봤다고 한다. 유지태는 더 테너 연출자로 김 감독을 강력 추천했다.
김 감독은 1998년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미술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공동경비구역JSA’(2000)로 대종상 미술상을 수상했고 ‘사생결단’(2006)에서는 미술감독과 음악감독을 겸임한 실력파다. 이번 영화에서도 미술, 음악적 감각을 제대로 드러냈다. 영화를 보면 유지태가 왜 감독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는지 알 수 있다.
“감독하고 워낙 파트너십이 좋아요. 심야 FM 때부터 호흡을 맞춰서 감독이 뭘 원하는지 잘 알죠. 처음에 영어연기를 해야 하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지나가니까 괜찮더라고요. 물론 성악 연기가 쉽지 않았어요. 호흡하고 입 모양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었죠.”
“NG가 많이 났겠다”고 하자 유지태는 “저 NG 잘 안 내요”라고 고개를 저었다. “음원을 반복해서 들으며 성악 연습을 했다”며 직접 핸드폰을 보여줬다. 실제로 배재철씨가 성대 수술할 때 찍은 녹화 테이프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내심 신경을 많이 썼다”고 덧붙였다.
특히 극중 배재철이 갑상선암으로 목소리를 잃은 후 분노하는 장면을 연기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유지태는 “그런 연기할 땐 일상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나한테 희망이 없다고 생각할 때 가장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테너에서 ‘최고가 아니어도 1등은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좋았다”며 최근 본 영화 ‘보이후드’(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이야기를 꺼냈다.
“극복이 아니라 그 과정이 중요한 거죠. 소년이었을 때 어른을 바라보면 완성체라고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막상 어른이 돼도 갈팡질팡하는 게 우리의 모습이죠. 인생에서 지금 이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순간 절대 희망을 놓지 말아야 된다는 메시지가 제 마음을 울렸어요.”
이어 그는 “낙담할 수 있지만 희망도 항상 옆에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며 “더 테너도 그런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더 테너가 개봉하기까지 묵묵히 기다린 유지태.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지 않았을까. 인터뷰 내내 그는 “열심히 했다” “자신있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동안의 열정과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