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을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영화를 정치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시나요?
논란은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한 영화평론가 허지웅의 입에서 시작됐습니다. 허지웅은 지난 25일 ‘한겨레신문’과의 좌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머리를 잘 썼어. 어른 세대가 공동의 반성이 없는 게 영화 ‘명량’ 수준까지만 해도 괜찮아요. 근데 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이거든요. 정말 토가 나온다는 거예요. 정신 승리하는 사회라는 게.”
허지웅의 이 말은 정치적으로 해석됐습니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앞장서 “토가 나온다”라는 말을 부각해 허지웅을 비난했죠. 그러자 허지웅은 트위터에 “남조선 인민공화국 국영 방송 TV조선이 오늘은 또 전파 낭비의 어느새 지평을 열었을까. 오늘은 제가 하지도 않은 말에 제 사진을 붙였군요. 저게 TV조선에 해당하는 말이긴 하죠”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허지웅은 한 네티즌이 “허지웅식 민주주의”라고 비아냥대자 “국제시장의 이데올로기적 함의를 이야기했고, 그 흥행 추이가 우리 사회 현주소를 말해줄 거라고 했다”며 “저 구절이 어떻게 ‘토 나오는 영화’라는 말이 되느냐? 읽을 줄 알면 앞뒤를 봐라”고 맞받아쳤습니다.
‘토가 나온다’는 발언을 두고 네티즌들의 읜견은 엇갈렸습니다. “허지웅이 옳은 말 했다”고 추켜세우는가 하면 “허지웅이 호기롭게 악평해놓고 일이 커지자 발뺌하고 있다”며 부정적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SNS 등에서 보수 논객으로 유명했던 윤주진씨가 허지웅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그는 2011년 ‘나는 꼼수다. 대안언론인가 선동적 매체인가’라는 주제로 방송된 tvN 끝장토론에 등장해 정봉주 전 의원과 대립각을 세워 눈길을 끈 바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공방’이라는 보수 단체에서 활동 중이죠. 내용은 이렇습니다.
“학교 다닐 때 생각해보면 허지웅 같은 부류의 애들이 꼭 있었던 것 같다. 공부는 어설프게 하면서 무진장 아는척하고, 막상 성적 나왔는데 주변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못 미치면 아팠다느니 컨디션이 안 좋았다느니 말 많은 그런 부류. 한마디로 속 빈 강정.”
윤씨는 또 “(국제시장은) 그냥 재밌어서 본다. 흥행추이가 뭔 사회의 현주소를 말해준다고. 영화 변호인 봤던 사람들, 26년 봤던 사람들, 인터스텔라 봤던 사람들이 국제시장 보는 것이다”며 국제시장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윤씨 역시 지난 26일 자신의 블로그 등에 올린 ‘문재인 의원님, 국제시장 한번 보시지 말입니다’라는 글을 통해 “문재인 의원이 친노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과 함께 다같이 국제시장을 관람하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특별한 의견이 있는 건 아니지만 특정 의원을 지목했다는 점에서 정치성이 다분하네요.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여기에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국제시장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질듯합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칼럼니스트 김태훈, 가수 이선희 등 유명인들이 대열에 뛰어들었고. 극우 성향의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도 허지웅 물어뜯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티즌들도 ‘정치성이 있는 영화로 보느냐’ ‘가족 영화로 보느냐’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이 남긴 “영화 ‘변호인’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국제시장을 비난한다”라는 일침이 눈에 띄네요. 그러나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은 “정치적인 시각이나 사회비판적인 이야기, 역사적인 시각은 배제했다”고 밝혔습니다.
서로의 감정을 상해가며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영화는 영화로 보는 게 어떨까요. 정 불편하면 영화를 보지 않으면 될 일입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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