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 속 할머니 시신’ 사건 피의자 정형근(55)이 범행 9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지만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29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최초 신고 이후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경찰은 심지어 신고자인 고교생 2명을 참혹하게 살해된 시신과 함께 기다리도록 조치했다.
지난 22일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빌라 앞을 지나던 A군(17) 등 고교생 2명이 피해자 전모(71·여)씨가 숨진 채 여행용 가방에 담겨 있는 것을 보고 112에 신고했다.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당시 A군 등은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여행용 가방이 조금 열려 있고 사람 엉덩이 같기도 하고 사람 모형의 인형인 것 같기도 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신고 1시간 만인 오후 4시5분 현장에 도착했다.
초기 대응한 간석4파출소는 신고 6분 만인 오후 3시13분 순찰차를 보냈지만 추가 사건 신고가 접수되자 순찰차를 두 차례나 다른 곳으로 돌렸다. 결국 도보 근무자를 신고 현장으로 보내 4시5분 해당 사건을 파악했다.
이처럼 신고 이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까지 1시간이 걸린 이유는 112 상황실에서 해당 신고를 ‘분실물 습득’으로 처리한 게 결정적이었다. 일반적으로 변사 사건의 경우 대응순위가 ‘코드1’로 ‘코드0’를 제외하고는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분실물 습득으로 처리되면서 대응순위 ‘코드2’로 접수돼 다른 사건보다 뒤늦게 처리됐다.
또 간석4파출소는 신고 학생들과 두 차례 통화했지만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며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기다리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고한 고교생 A군은 “112에 엉덩이도 보이고 사람 같아 보이니까 빨리 와달라고 말했다. 경찰이 너무 안 와 빨리 와달라고 다시 전화까지 했다”며 “우리 신고를 분실물로 처리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1시간 동안 기다려야 할 줄 몰랐다”며 “시체와 함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