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로 돌아본 2014] 없어서 못 팔았던 허니버터칩

[친절한 쿡기자로 돌아본 2014] 없어서 못 팔았던 허니버터칩

기사승인 2015-01-02 10:33:55

웃돈판매에 대리구매 알바까지 등장… 없어 못 파는 ‘대세과자’ 허니버터칩


[친절한 쿡기자] 어떤 과자가 이런 즐거운 대란을 겪었을까요. 한 감자칩으로 인터넷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논란으로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냥 순수한 인기 때문이라는데요. 여러분은 믿기시나요?

해태제과에서 지난 8월 새로운 과자가 출시됐습니다. 이름은 ‘허니버터칩’입니다. 보통의 감자칩에 꿀과 버터를 가미했는데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입니다. 이 과자의 희망소비자가격은 1500원입니다.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탄 탓에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귀한 몸이 된 것이죠.

허니버터칩이 인기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짜기만 했던 감자칩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을 구현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거죠.

유명세 덕에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이 과자는 인터넷 스타입니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편의점 다섯 곳을 돌았는데 구하지 못했다” “마트에서 발견해 사재기 성공” 등의 의견이 쉴 새 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자 중고사이트에 허니버터칩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판매자들은 소비자가격을 훨씬 웃도는 가격으로 과자를 팔고 있습니다. 원래 가격보다 3배가 넘는 5000원에도 거래되고 있다고 하네요. 택배비를 더하면 한 봉지에 7000∼8000원 하는 셈이네요. 대리 구매를 한다는 사람도 나타났습니다. “편의점에서 정가에 대신 사드릴 수 있습니다”라면서 말이죠.

웃지 못 할 루머까지 나돌았습니다. 업체 측이 폭주하는 수요를 맞추려고 공장을 무리하게 운영하다 불이 나 생산이 중단됐다는 내용 등인데요. 상황이 이쯤 되니 업체의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며 의심하는 네티즌들도 있습니다. 일부러 입소문을 유도하고 생산량을 줄인 것 아니냐는 거죠.

해태제과 관계자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강원도 원주 문막공장에서 16시간 진행했던 생산을 지난 9월 중순부터는 24시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 제품이 부족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의 이례적인 인기 비결에 대해 “짜기만 했던 감자칩에서 벗어나 한국적인 맛을 구현한 덕이 아닐까요?”라고 되물었습니다.

어쨌든 대단합니다. 출시 두달 만에 850만 봉지가 팔리고 매출 103억원을 기록했다니, ‘신생 과자’가 이렇게 큰 인기를 얻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해태제과조차 어리둥절해할 정도라고 하네요.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인터넷 인기를 노리고 몇 배의 가격에 과자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입니다. 인터넷 열풍에 편승해 7000∼8000원에 사먹을 것이냐, 아니면 열풍이 가라앉길 기다리고 1500원에 사먹을 것이냐. 그건 소비자의 선택입니다.


“뭐? 허니버터칩 공장에 불나서 생산을 중단했다고?”


못 먹는 감을 찔러나 본다는 게 바로 이런 걸까요. 해태제과의 히트상품 ‘허니버터칩’을 중심으로 새로운 괴소문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생산중단설입니다.

1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해태제과가 강원도 원주시 문막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허니버터칩의 생산을 중단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소문에는 “생산라인에 과부화가 걸려 불이 났다” “허니버터칩을 생산하는 공장이 한 곳 뿐이어서 품귀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도 있습니다.

허니버터칩은 최근 과자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입니다. 맛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허니버터칩 대란’이란 말이 나올 정도죠. 이런 상황에서 생산을 중단했다는 소문은 아직 맛을 보지 못한 네티즌에겐 절망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에게 자존심을 굽히고 한 조각만 달라고 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을 주고 사는 사람을 비웃었는데 내가 그렇게 할 판이다.” “아들 생일선물로 허니버터칩을 잔뜩 담은 상자를 준비하려던 계획을 망쳤다.” “어머니가 편찮으신데…” “곧 군 입대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사연도 제각각입니다.

생산중단설은 허위입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문막공장에서 불이 나지도, 생산을 중단하지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해태제과는 문막공장을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하고 주말까지 가동하면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생산라인이 바쁘게 돌아가면서 ‘불이 났다’는 은유적 표현이 오해를 낳으면서 괴소문으로 번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허니버터칩은 이미 무수한 괴소문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마약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유혹했다는 마약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수십년간 연구한 제조법을 해태제과에 넘겼다는 창조경제설, 제과업계가 질소과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합심하고 수익금을 나누고 있다는 물타기설, 수익금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탈 자금으로 흘러간다는 일본 극우설은 생산중단설에 앞서 나온 괴소문들이죠.

출시 4개월여 만에 5개의 괴소문이 나온 겁니다. 적어도 네티즌의 주목을 받은 것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연예인도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많은 루머에 휩싸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수 서태지의 전성기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겁니다. 광고모델도 아니면서 허니버터칩을 먹는 모습을 SNS에 공개하는 연예인들을 보면 허니버터칩이 연예인의 홍보 지원을 받은 것인지, 연예인이 허니버터칩의 인기에 편승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냉소도 나옵니다. 군중심리에 반짝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곧 사그라질 것이라는 시각도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감자 과자 한 봉지를 놓고 모든 국민이 달려든 모습을 북한에서 체제선전용으로 활용할 것”이라거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반짝 인기를 얻고 철저하게 외면을 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냉소도 인기가 없으며 나오지 않았겠죠. 허니버터칩의 인기는 언제쯤 사그라질까요.


“허니버터칩의 무서운 진실” 괴소문 확인해 보니…


과자시장은 지금 꿀과 버터를 바른 감자의 향연입니다. 전국의 마트와 편의점, 도·소매점을 강타한 해태제과의 히트상품 ‘허니버터칩’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허니버터칩을 맛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점원이 과자 진열대에 허니버터칩을 채우면 손님은 금세 들고 나갑니다. 또 채우면 또 사라지죠. 품귀 현상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습니다. 손님들의 문의를 견디지 못하고 입구에 ‘허니버터칩 품절’이라고 붙인 매장도 적지 않습니다. 출시 100일 만에 50억원의 매출을 돌파했다니 ‘허니버터칩 대란’이란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허니버터칩을 중심으로 괴소문도 많습니다. 마약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유혹했다는 ‘마약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수십년간 연구한 제조법을 해태제과에 넘겼다는 ‘창조경제설’, 제과업계가 질소과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합심하고 수익을 나누고 있다는 ‘물타기설’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25일 SNS에는 새로운 내용의 괴소문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일본 극우설’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요즘 인기가 많은 허니버터칩은 일본산 과자를 우리나라에서 현지화한 상품이라고 한다. 내가 아는 사람이 말해준 바로는 허니버터칩엔 무서운 비밀이 있다고 한다. 수익금의 일부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영입하는 운동의 자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독도를 위해 다른 감자칩을 먹어야 한다.”

‘내가 아는 사람이…’와 ‘…라고 한다’는 서술 방식만 봐도 신뢰를 담보하기 어려운 주장이죠. 하지만 괴소문이라고 마냥 웃어넘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 글은 트위터에서 반나절을 넘기지 않고 1000건 이상의 리트윗을 기록했습니다. 트위터 검색창에서 ‘허니버터칩의 진실’이나 ‘허니버터칩의 음모’라는 키워드가 자동으로 완성될 만큼 괴소문은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한 가지 사실엔 다가갔습니다. 해태제과는 합작사인 일본 가루비가 현지에서 한정 판매한 ‘행복버터칩’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허니버터칩’을 생산했습니다.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현지화한 상품은 아니지만 아이디어의 근원이 일본 합작사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일부 사실을 재조합한 허위 사실이라는 점이 괴소문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해태제과는 괴소문에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업체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은 가루비의 행복버터칩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지만 우리나라에서 2년간 연구해 생산한 상품”이라고 밝혔습니다. 내수가 90% 이상인 업체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탈 야욕에서 은밀하게 자금원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입니다. ‘마약설’이든 ‘창조경제설’이든 ‘물타기설’이든 ‘일본 극우설’이든 모두 허니버터칩의 인기를 증명하는 괴소문들일 겁니다.

글 :김철오 민수미 기자 kcopd@kmib.co.kr

정리 : 김민석 기자
김민석 기자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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