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로 돌아본 2014] 땅콩 하나 때문에 언니는 구속, 동생은 “복수”… 홍역 치른 대한항공

[친절한 쿡기자로 돌아본 2014] 땅콩 하나 때문에 언니는 구속, 동생은 “복수”… 홍역 치른 대한항공

기사승인 2015-01-02 10:36:55

‘사전 연출된 비련의 여인?’… ‘조양호·조현아 父女 기자회견도 매뉴얼’ - 2014.12.14


[친절한 쿡기자]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나란히 고개를 숙여 사과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비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했고. 딸은 “승무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고 했습니다. 이틀 후인 14일 조 전 부사장은 여승무원과 사무장을 찾으러 갔다가 만나지 못해 사과 쪽지를 남겼다고 하네요.

네티즌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측이 내놓은 거짓 해명과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려 한 정황이 잇따라 밝혀졌기 때문일 겁니다.

급기야 “부녀가 고개를 숙인 사과도 진정성이 없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분노에 가득 찬 네티즌들은 종종 지탄을 받는 대상에게 감정적인 비난을 퍼붓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조 회장이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사과문을 낭독할 때 이상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들고 있던 원고에 ‘서서 90도로 인사’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 등의 문구가 있었던 겁니다. 마치 드라마 대본을 연상케 하네요. 조 회장은 착실하게 대본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부녀의 기자회견 직전 대한항공 직원이 등장해 기자들에게 ‘취재 매뉴얼’을 설명한 겁니다. 인터넷매체 미디어몽구는 대한항공 직원이 확성기를 통해 연출될 상황에 기자들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는 장면을 촬영해 전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차에서 내리시면 4~5m 걸어와서 서시고, 10초 동안 서서 앞을 보시다가 사과의 말씀 시작하실 겁니다.” “그게 끝나면 질문 3개를 하고 인사를 하고 나서 올라갈 겁니다.”

직원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봤습니다. 이뿐 아니라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숙이고 침울한 표정을 지어 비련의 여주인공인 된 듯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로 비치고 싶었던 것일까요.

조 회장의 사과문 발표도 매뉴얼대로 진행됐더군요. 이번엔 임원급으로 보이는 직원이 등장해 “다음에 ‘질문해 주십쇼’ 이렇게 말한 후 제가 지목하겠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 별도의 인사 말씀 없이 시작하는 걸로 하겠습니다”라고 하네요.

네티즌들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당당했던 모습은 어디가고 피해자인척 하느냐” “저렇게 적어주고 연기해야 할 만큼 진정성 없는 사과” “다 짜고 치는 고스톱” “끝까지 뻔뻔하게 굴더니 사과하는 척까지” “그 아비에 그 딸” 등 수위가 높은 비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항공은 그동안 겉과 속이 다른 행보로 공분을 샀습니다. 겉으론 대국민사과를 전하면서 속으론 이 일을 외부로 유출한 사람을 찾기 위해 직원들을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항공 측이 승무원들의 메신저를 검열하는가 하면 ‘이번 사태가 해당 사무장의 자질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고 답하라’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입단속을 시켰다는 것이죠.

특히 피해 당사자인 박창진 사무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 측이 ‘국토부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 기장과 사무장들이니 조사를 하더라도 회사 측과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매뉴얼이 담긴 케이스 모서리로 자신의 손등을 수차례 찍었고, 승무원과 자신의 무릎을 꿇리게 했다”고 증언하기도 해 분노를 키웠죠.

제3의 목격자가 나타나 박 사무장의 말에 신빙성을 더했습니다. 일등석 승객 박모씨는 “콜센터에 연락 후 지난 10일에야 대한항공의 한 임원이 전화해 사과 차원이라며 ‘모형비행기와 달력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며 “임원은 ‘혹시 언론 인터뷰를 하더라도 사과 잘 받았다고 얘기해 달라’고 해 더 화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압력과 회유로 입막음을 시도하다 일이 틀어지자 태도를 돌변한 대한항공. 상황을 지켜보던 한 네티즌은 “사과한다면서도 대한항공의 매뉴얼 사랑이 드러났다”고 비꼬았습니다. 허투루 들리지 않는 말입니다.


“살면서 미안해 해 본 적이 없는 듯”…전문가가 본 ‘조현아, 그녀가 사과하는 법’ - 14.12.19


‘박창진 사무장님. 직접 만나 사과드리려고 했는데 못 만나고 갑니다. 미안합니다. 조현아 올림.’

지난 17일 박창진 사무장이 방송에 출연해 공개한 대한항공 조현아(사진) 전 부사장의 ‘사과 쪽지’ 내용입니다. 곧장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성의가 없다고 느껴졌는지 “사과를 하면서도 ‘갑질’을 한다”는 등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18일 오후 오래 전부터 절친하게 지내 온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이재연 교수와 통화할 일이 있었습니다. 다른 얘기를 하다 문득 이 교수의 전공이 상담심리치료학이라는 게 생각이 나 조 부사장의 쪽지 사과 내용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이 교수는 아직 어떤 내용인지 모른다며 “보고 얘기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대중은 공분했습니다. 그럼 전문가의 눈엔 어떻게 보였을까요.

이 교수는 쪽지 내용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더니 “아…”하고 작은 탄식을 내뱉은 후 다소 놀라운 말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타인에게 진심으로 미안해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무슨 말이냐고 되물으니 미안함이라는 감정 전달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학습된 형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사과문의 첫 줄인 수신자에 ‘박창진 사무장님’이라고 써져 있다. 얼핏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지만 상대방을 존중할 때 사용하는 조사인 ‘에게’를 높여 부르는 ‘께’가 빠져있다”며 “이것은 ‘님’을 붙였다고 높인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낮은 직책을 부르는 무의식적 무시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말로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면 직접 만나 사과하려 했는데 못 만나고 간다는 한 마디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박 사무장의 기분을 의식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절주절 썼을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교수는 ‘미안합니다’라는 표현에서도 조 부사장의 마음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미안하다’와 ‘죄송하다’는 듣는 사람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미안하다’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쓰는 표현이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사과할 때는 ‘죄송하다’라고 하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윗사람과 아랫사람은 나이와 직책일 수도 있지만 잘못을 저지른 사람과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으로 봤을 때는 조 부사장이 아랫사람이고 박 사무장이 윗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문에 ‘미안하다’라고 한 건 아직도 자신이 지위에서 윗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조 부사장이 미안함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했지만 만일 느끼고 있을 경우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형상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 시스템은 자라오면서 자신이 같은 상황에서 타인에게 ‘받은 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의 영향을 받아 가족 구조 시스템이라고도 한다”며 “아마도 조 부사장이 성장하면서 누군가에게 사과를 받아야 했던 상황일 때, 이번에 자신이 박 사무장에게 한 것처럼 내려다보는 듯한 ‘권위적인 사과’를 받아왔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안함을 느껴도 자신이 반대 상황에서 받아 온 경험상 적절한 표현을 배우지 못했다는 겁니다.

물론 교수 1명의 분석입니다. 모든 전문가의 견해는 아닙니다. 다르게 보는 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현아, 그녀가 사과하는 법에 대한 대중의 쏟아지는 비난이 그저 군중심리에 쏠린 현상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조현아 죽이기 그만?” 여성연합 구성원의 주장, 그 참을 수 없는 모순- 2014.12.19


최근 대한민국 사회를 휘감고 있는 조현아(사진) 전 부사장 ‘땅콩 리턴’ 사건과 관련해 한 단체의 일부 구성원이 낸 성명서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19개 시민단체의 여성 대표들이 모인 단체 ‘대한민국여성연합’(여성연합)의 이름으로 18일에 나온 ‘마녀사냥 언론 호들갑, 조현아 죽이기 그만하자! 하이에나만 득실거리는 무자비한 우리 사회, 이런 나라도 없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입니다. 굳이 ‘일부 구성원’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첫 기사가 나온 후 여성연합의 공식 성명이 아니라 두 명의 대표(김길자, 이경자)가 다른 단체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발표했다는 해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이날 언론에 “성명서 발표에 대한 소속원 모두의 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명서를 발표한 내 실수”라며 “정미홍 등 다른 대표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여성연합 전체이든 일부이든 이 성명서를 처음 읽어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모순’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제기된 질문은 ‘이들은 여성연합이라면서 왜 재벌 집안 여성이 며칠 간 겪고 있는 고통에만 관심이 있고, 평범한 여성들이 오랫동안 참아야 했던 고통엔 관심이 없을까’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대한항공 초기대응 미숙이 하이에나에게 먹잇감을 던진 꼴이다. 한국에서 재벌은 무조건 나쁘고 그들 자녀 또한 악의 대상으로 규정됐다. 이들 잘못은 법 심판 이전에 ‘인민재판’으로 (내몰려) 인격살인을 당하고 언론은 앞장서 흥행거리로 만든다.”

폄하하고 싶지도 무시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일부 과격한 표현이 동원됐지만 개인에 따라 얼마든지 낼 수 있는 견해이기에 그 자체로 존중합니다. 다만 순서가 잘못됐다는, 혹은 2% 부족해 보인다는 느낌 또한 숨길 수 없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일으킨 사건의 ‘피해자’로 박창진 사무장이 많이 부각되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 전엔 이름 모를 한 여자 승무원이 있었습니다.

당시 일등석에 있던 목격자는 지난 13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릎을 꿇은 채 매뉴얼을 찾는 승무원을 조 전 부사장이 일으켜 세워 위력으로 밀었다. 한 손으로 승무원의 어깨 한쪽을 탑승구 벽까지 거의 3m를 밀었다”며 “(매뉴얼이 담긴) 파일을 말아서 승무원 바로 옆의 벽에다 내리쳤다. 승무원은 겁에 질린 상태였고 안쓰러울 정도였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어 “승무원에게 파일을 던지듯이 해서 파일이 승무원의 가슴팍에 맞고 떨어졌다”며 “승무원을 밀치고서 처음에는 승무원만 내리라고 하다가 사무장에게 ‘그럼 당신이 책임자니까 당신 잘못’이라며 사무장을 내리라고 했다”고도 했습니다.

꼭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승무원, 기장들이 그동안 오너 일가가 항공기에 탈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 압박감에 시달렸다는 내부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여성연합 소속이라는 이름을 달고 왜 이 여성들이 부당하게 겪은 굴욕, 공포, 인권유린에는 관심이 없습니까. 관심까진 아니더라도 왜 성명서 안에 한마디 언급도 없습니까.

혹시 두 대표 중에 딸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장녀인 조 전 부사장보단 평범한 집안의 딸이 더 많을 승무원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성명에 대해 반박해 놓은 조합원이 안 그래도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이 있네요.

“대한항공에 있는 몇 분들은 이 성명서를 보고 박수를 쳤을지도 모르지만 이 성명서는 순식간에 화제가 됐습니다. 여성들도 이 성명서를 보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모두의 잘못”…조현아 동생 조현민이 보여준 올해의 사자성어 ‘지록위마’ - 2014.12.22

‘지록위마(指鹿爲馬).’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입니다. 교수신문은 지난 8∼17일 전국의 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1명(27.8%)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사슴(鹿)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부른다는 뜻의 ‘지록위마’를 선택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남을 속여 옳고 그름을 바꾸는 상황을 비유하는 표현인 지록위마는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사자성어입니다.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가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황제로 세워 조정의 실권을 장악한 뒤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좋은 말 한 마리를 바칩니다”라고 거짓말을 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곽복선 경성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2014년은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라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백 번 동감합니다. 올 한 해를 한 마디로 압축하는 데 지록위마처럼 기가 막힌 표현도 없다고 봅니다.

2014년이 열흘도 안 남은 시점에서 또 한 명의 조고가 나왔으니 바로 ‘땅콩리턴’의 장본인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동생 조현민(사진) 전무입니다. 한진 그룹 오너 3세 3남매의 막내이기도 하죠.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여객마케팅부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언니의 ‘메가톤급 사고’에 말을 아껴 온 조 전무는 지난 17일 마케팅 분야 직원들에게 ‘반성문’ 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제목은 ‘반성문’인데 일부 내용이 가관입니다.

“매일 매주 매월 매년 어제의 실수 오늘의 실수 다시 반복 안하도록 이 꽉 깨물고 다짐하지만 다시 반성할 때도 많아요. 특히 우리처럼 큰 조직은 더욱 그렇죠. 더 유연한 조직문화 지금까지 회사의 잘못된 부분들은 한사람으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모든 임직원의 잘못입니다. 그래서 저부터 반성합니다.”

모든 ‘임원’이라고만 했어도 기가 덜 막혔을 겁니다. 그런데 ‘직원’도 포함됐습니다. 파문의 시작을 돌아보죠. 힘없는 직원을 상대로 한 그룹 회장 장녀의 비상식적 행동입니다. 이러 저리 생각해봐도 이 상황에 직원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직원이 당시 서비스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다? 만일 이게 근거라면 조 전무는 이 사건의 ‘본질’을 정말 모르고 있습니다. 이후 대한항공의 경직된 문화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조직에서 문화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오고가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이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는 자’는 직책이 높은 사람들입니다. 높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권한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직책이 낮은 사람들은 뒤에서 욕을 할 진 몰라도 앞에선 높은 사람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다수의 직원들은 위에서 형성돼 내려 온 사내 기류에 순응하는 자들이지 사내 기류를 형성해 나가는 주체가 못 된다는 겁니다. 되려고 해도 될 수가 없고, 된다 해도 어설픈 수준에 불과합니다. “모든 임직원의 잘못입니다.” 지록위마도 이런 지록위마가 없습니다.



“국토부 기자들이 그러는데요…” 지나고 보니 섬뜩한 그 말 - 2014.12.24


혹시나 했던 ‘칼(KAL)피아’가 드러났습니다.

국토교통부(국토부) 자체 감사 결과 조현아(사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리턴’ 조사에 참여한 김모 조사관이 이번 사건의 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 대한항공 여모 상무와 8일 이후 수십 차례 통화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김 조사관은 대한항공 출신입니다.

관심이 집중된 사건입니다. 국민을 ‘민·관이 합동해’ 기만하려 한 겁니다.

8일에 대한항공 관계자와의 통화가 문득 떠오릅니다. 이날은 사건이 막 알려진 때이어서 언론에서는 정확한 상황파악에 주력하는 단계였습니다. 그리고 국토부와 관련해 나온 사실은 조 전 부사장의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 검토에 나섰다는 정도였습니다.

통화에서 “항공기가 움직인 건 10m 정도이다” “기장과 협의를 하고 돌린 것”이라는 등의 얘기를 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일단 좀 이해를 하고 들어주세요. 국토부 출입하는 기자분들한테 들은 건데 국토부에선 이미 조 전 부사장 법적으로 문제될 것까진 없다고 본다고 하네요.”

공식적으로 나온 건 아니지만 내부에선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이해를 하고 들어달라는 건 아직 객관적으로 확인된 건 아니니 기사를 쓰진 말아달라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사건 파악만으로 바빴던 때라 “그래요?”하고 별 의미 두지 않고 흘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국토부의 부실 조사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고 또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항공기에서 내린 박창진 사무장을 조사할 때 여 상무가 19분 간 동석했고 옆에 앉아 조 전 부사장을 두둔하려 했습니다. 대한항공 출신 조사관과 현 대한항공 임원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십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검찰은 24일 이 조사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어떻습니까.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범죄사실에서 빠졌음에도 검찰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소위 ‘카더라’ 단계였지만 ‘조 전 부사장 법적으로 문제될 것 없다고 하네요’라는 그 한마디가 얼마나 어이없던 것이었는지 실감합니다. 이 관계자는 말단 사원이 아니라 꽤 직책이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국토부 출입기자들이야 국토부 관계자에게 들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했을 거고, 이 관계자도 기자들한테 들은 대로 이야기해 준 것이겠죠.

그저 아는 척 좀 하고 싶었던 몇몇 기자가 허풍을 떨었거나, 일부 국토부 관계자가 이때까지 나온 내용만 보고 별 것 아니라고 오판한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사회적 공분이 이렇게 커질 줄 모르고 조사 전부터 ‘결과를 정해놓고’ 뱉은 말이라고 생각하면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글 : 김현섭 김민석 기자 afero@kmib.co.kr

정리 : 김민석 기자
김민석 기자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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