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귀여운 대형 오리 러버덕(Rubber Duck)이 드디어 한국에 왔습니다. 쉬운 걸음은 아니었습니다. 1t에 가까운 몸무게를 이끌고 세계 16개국을 순회했죠. 2007년부터 시작된 여행. 어느덧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한국은 아시아 투어 여정의 종착지입니다.
‘러버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본 오사카, 호주 시드니, 브라질 상파울루, 홍콩 등 도시들을 방문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반응은 뜨거웠죠.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 자리 잡고 좀 쉬려했는데 사람들이 또 가만 두질 않습니다. 인기가 어디 가나요. 처음 모습을 공개한 14일부터 많은 사람들이 호수를 찾고 있습니다. 전시가 이어지는 한 달여간 주변은 북적이겠지요.
인터넷도 난리입니다.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는 ‘러버덕’ ‘석촌호수’ 등이 내려올 줄을 모릅니다. 네티즌들은 “러버덕 실제로 꼭 보고 싶다” “싱크홀 때문에 걱정은 되지만 러버덕 보러 가야겠다”며 큰 관심을 보입니다.
네티즌들은 러버덕 사진을 찾아보고, 저장하고, 공유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 사진을 모아 담은 게시물들이 오르면 댓글들이 주르륵 달리죠. “입도 엉덩이도 너무 귀엽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해놔야지” “사진으로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등 잔뜩 들뜬 분위기입니다.
문득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런 뜨거운 반응은 대체 왜 나오는 걸까요. 고무로 만들어 공기를 주입한 큰 인형일 뿐인데 말이죠.
귀엽고 깜찍한 생김새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자꾸만 눈길을 끌죠. 동글동글 통통한 몸에 붉은 부리와 자그마한 날개가 달렸습니다. 바라만 봐도 자연히 미소가 번집니다. ‘힐링’이라는 게 이런 걸까요. 잠깐이지만 마음 속 근심은 사라지고 즐거움이 찾아옵니다.
제작의도에 딱 맞는 효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러버덕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마음이 치유되길 바란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네덜란드 예술가 플로렌틴 호프만이 제작했습니다. “러버덕이 당신을 미소 짓게 만들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가질 수 있게 할 것”이라는 게 호프만의 생각이었습니다.
이 작은 생각엔 큰 힘이 있었습니다. 작품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기쁨을 선사합니다. 평화와 행복의 메시지를 함께 전하죠. TV를 켜도 우울한 소식으로 가득한 요즘. 발랄한 모습으로 찾아온 손님이 반갑습니다.
거대하지만 귀여운 고무 오리인형 ‘러버덕(Rubber Duck)’이 14일 서울 잠실동 석촌호수에 떴습니다. 서울 시민들은 러버덕을 직접 보기 위해 석촌호수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2시쯤부터 러버덕이 병든 오리마냥 앞으로 기울어졌습니다. 바람이 빠져 흐물흐물해진 겁니다.
이게 전화위복이 된 걸까요. 러버덕을 향한 관심은 더 커졌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엔 러버덕을 집적 찍은 사진들과 재치만점 댓글로 가득합니다.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진이 있었습니다. 작은 러버덕 장난감 수천개가 바다 위에 떠 있는 사진입니다. 게다가 모두 선글라스를 쓰고 있습니다. 함께 오른 글엔 러버덕이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 된 이유가 적혀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지금부터 22년 전인 1992년 홍콩에서 미국으로 가던 화물선이 우리나라에서 멀지 않은 북태평양 해상에서 폭풍우를 만나 침몰할 뻔합니다. 이때 러버덕 장난감을 잔뜩 실은 컨테이너가 바다에 떨어졌습니다. 이 사고로 컨테이너 안에 있던 러버덕 장난감 2만8000여개가 유출돼 바다 위에 장난감 섬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고가 뜻밖의 결과를 불렀습니다. 바다에 흩어진 수많은 러버덕 장난감들이 20여년 동안 해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해양학자들이 조류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을 준 겁니다. 러버덕 장난감들은 호주 북부 해안가를 시작으로 알래스카, 캐나다, 미국을 거쳐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의 해안까지 도달했습니다. 발견한 사람들은 귀여운 모습에 즐거워했죠. 이들의 세계일주 사연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러버덕을 가지면 행복이 따라온다”는 의미가 부여됐습니다. 초대형 러버덕까지 만들어지자 ‘사랑과 평화의 상징’으로 통하게 된 겁니다.
네덜란드 설치 예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먼은 16.5m, 세로 19.2m, 높이 16.5m, 무게 1t의 초대형 고무 오리 조형을 제작한 후 ‘러버덕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007년에 시작돼 전 세계 16개국에서 20회 이상의 순회전시를 했습니다. 호프먼은 아시아투어 종착지인 서울에 러버덕을 데리고 오면서 “재난과 사고로 실의에 빠진 한국 국민들이 기쁨과 희망을 나누고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의 기회를 가지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네티즌들은 세월호 참사를 염두에 둔 ‘개념발언’이라며 공감하고 있네요.
러버덕은 다음달 14일까지 서울에 머무릅니다. “당신을 미소 짓게 하고 싶다”는 호프먼의 바람대로 깜찍하면서도 늠름한 러버덕이 상처받고 지친 우리들의 마음을 치유해줬으면 합니다.
‘러버덕’(Rubber Duck)의 라이벌이 등장했습니다. 두꺼비입니다. 러버덕보다 몸집을 키운 초대형 금두꺼비죠.
27일 SNS에는 중국 베이징 위위앤탄공원의 명물인 초대형 금두꺼비 인형을 촬영한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곧바로 우리 네티즌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진을 올린 네티즌은 “러버덕에 맞선 중국의 러버프로그(Rubber Frog)”라고 짧게 소개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을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지난 24일 공개된 지 사흘 만에 3100건 넘는 리트윗을 기록했습니다. 전파력이 빠른 리트윗의 특성을 감안하면 아마 수만명의 네티즌이 이 사진을 봤을 겁니다. 지난 14일 서울 잠실동 석촌호수에서 러버덕이 등장한 순간만큼은 아니지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것만은 확실합니다.
금두꺼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베이징시 관광국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금두꺼비는 높이 22m, 세로 길이 34m의 거대한 풍선입니다. 높이 16.5m, 세로 길이 19.5m인 러버덕보다 몸집이 큽니다.
두꺼비는 중국에서 행운과 재물의 상징입니다. 수도 베이징의 한복판이자 중국 황실의 낚시 명소였던 위위앤탄공원 호수에 금두꺼비를 띄운 이유도 이런 정서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베이징시 관광국은 “방문객에게 행운과 부라는 축복을 주고 시각적 흥미를 선사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네덜란드의 예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먼(37)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 설치한 러버 덕과 비슷한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금두꺼비를 바라보는 우리 네티즌의 시선은 싸늘합니다. 러버덕과는 사뭇 다릅니다. “금두꺼비도 귀엽다” “러버덕과 나란히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호평도 있지만 “징그럽다” “터뜨리고 싶다”는 야유가 많습니다. “러버덕의 중국산 짝퉁”이라는 악평도 나왔죠. 중국에서 또하나의 조롱거리를 발견했다는 듯한 반응입니다.
우리 네티즌에게 중국은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매일 벌어지는 ‘미지의 대륙’입니다.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대륙 시리즈’는 이런 시각을 담은 게시물입니다. 금두꺼비를 향한 시선도 같은 맥락이죠. 하지만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야유를 퍼붓는 우리 네티즌의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관람객에게 축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금두꺼비가 중국산이라는 이유로 조롱과 야유를 받을 이유는 없다는 겁니다. 우리가 환호했던 러버덕 장난감의 바닥에도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적혀 있으니까요.
글 : 김철오 김민석 권남영 기자 kcopd@kmib.co.kr
정리 : 김민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