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개봉도 안했는데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영화들이 있다. 이병헌(45) 주연의 영화 ‘협녀, 칼의 기억’과 용산참사를 모티프로 한 ‘소수의견’이다. 두 작품 모두 촬영은 이미 마무리됐지만 스크린에 걸리지 못하고 있다.
‘협녀’는 최근 출연배우 이병헌의 협박 스캔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세 명의 검객 덕기(이병헌)·설랑(전도연)·풍천(배수빈)이 상주 민란을 주도해나가던 중 대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덕기가 배신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2013년 8월 말 크랭크인하고 지난해 초 촬영을 마쳤지만 이병헌 사건이 터지며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9월 이병헌 측이 경찰에 협박신고를 한 뒤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이병헌과 몇 차례 만난 모델 이지연(26)과 걸그룹 멤버 다희(21)가 술자리에서 이병헌이 음담패설을 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거액을 요구한 것이다. 이병헌은 엄연한 피해자였지만 유부남으로서 적절치 못했던 행동으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협녀’ 개봉은 자연히 불투명해졌다. 당초 영화는 지난해 개봉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영화에 대한 언급 자체를 극히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 측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협녀 개봉과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전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12월 개봉 예정이었다 일정이 취소돼 ‘기술자들’이 대신 개봉했다”는 등의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우리 측에서는 단 한 차례도 나간 적이 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협녀’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자주 함께 언급되는 작품이 있다.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은 영화 ‘소수의견’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이 영화도 개봉을 못하고 있다. 촬영은 2013년 6월 이미 마무리됐다.
급기야 동명 원작소설을 쓴 손아람 작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CJ가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뒤 개봉을 1년간 연기하다 결국 영화를 폐기처분했다”며 “정권에 보내는 수십억원짜리 화해 메시지”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CJ 측은 “배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율 중”이라며 폐기처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소수의견 말고도 개봉을 기다리는 다른 작품이 많다”면서 “영화 촬영이 끝났다고 바로 개봉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입장을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