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발달장애아가 두 살난 아이를 건물 3층에서 창밖으로 던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피해아동인 정상윤(2)군의 어머니의 눈시울은 마를 날이 없습니다. 관련 기관들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군의 어머니는 7일 자신의 블로그에 ‘발달장애인이 2살 아기를 3층에서 던져버린 사건을 알고 계시나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정군의 어머니는 글에서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지나도 가해자 측에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거니와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다. 이렇게 시간만 끌다가 사건이 덮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글을 올리기로 했다”며 안타까운 사연을 알렸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오후 4시30분쯤 부산 사하구 모 사회복지관 3층 치료실 복도에서 발달장애 1급 이모(19) 군이 복도에서 놀고 있던 정군을 데리고 나와 건물 외부 비상계단에서 들어 던졌습니다. 9.2m 아래 바닥으로 떨어진 정군은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5시간 만에 끝내 숨지고 말았습니다.
정군 어머니는 “만 18세 발달장애 1급 장애인이 아기를 던져 죽인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한 번도 없었던 사건이라고 한다”며 “그만큼 관심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사는 잠잠하고 복지관과 복지관 측에 위탁을 준 사하구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이군 부모와 장애인 활동보조인, 이군이 다니는 학교 측에서도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다. ‘모두들 법적 책임이 없다면서 발달장애인 이군에게만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관련 기관 모두가 사건이 조용히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겁니다.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가해자가 장애인이 됐을 때 누구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재 정군을 던져 숨지게 한 발달장애인 이군은 살인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사하경찰서는 이군의 활동보조인과 복지관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고나서 과실이 있으면 입건한다는 방침이라고 하네요.
네티즌들은 위로와 격려를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정군의 어머니가 올린 블로그 글엔 수천여개의 위로 댓글이 달리고 있네요. “가슴이 미어진다” “하염없이 눈물이 납니다” “어떤 위로를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네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등 진심으로 가슴아파하는 심정이 느껴집니다. 어떤 위로를 한들 정군의 어머니의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 있을까요.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