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 ‘열정 페이’는 단골 중에 단골 이슈입니다. 3대 소셜커머스로 불리던 위메프의 ‘갑질 해고’ 논란에 이어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이상봉씨를 청년유니온이 ‘2014 청년착취 대상’으로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또 회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나 기관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경험되니 적은 월급(혹은 무급)을 받아도 불만 가지지 마라.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라는 태도를 보일 때 이를 비꼬는 말입니다.
덩달아 등장한 ‘열정 페이 계산법’도 눈길을 끕니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열정과 재능이 있으면 돈을 조금만 줘도 된다’로 귀결됩니다. “너는 어차피 경력을 쌓아야 하니까 공짜로 일하라” “너는 어차피 공연하고 싶어 안달 났으니까 공짜로 공연하라” 등 여러 버전이 있습니다. 잠잠해질까 싶었지만 열정 페이 논란은 2015년에도 이어질 듯 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지난 8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눈길을 끄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제목은 ‘구직 영역에서의 언어 해석’입니다. 신입사원이나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구인 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들의 ‘속뜻(?)’을 풀이해놨습니다. 지난달 방송인 유병재가 에네스 카야의 사과문에 담긴 속뜻을 풀이해 화제가 됐던 일이 떠오르네요. 아마도 그것을 보고 따라하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네티즌은 “수년 간의 사회생활과 한 달에 걸친 구직생활에의 연구로 나는 드디어 구직 영역에서의 언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연구가 앞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입니다.
이 네티즌에 따르면 구인글에서 ‘아르바이트 모집’이라고 돼 있다면 속뜻은 ‘싼 값에 일 좀 시켜보자’입니다. ‘인턴 모집’은 ‘열정 페이’, ‘단순 업무’는 ‘기계처럼 일하라’라는 뜻이라네요. 그밖에 ‘최고대우 = 월급 말고 업무량’ ‘시간협의 = 밤낮없이’ ‘요일협의 = 주말이 뭐야? 당연히 나와야지’ ‘저녁식사 제공=퇴근이 뭐야? 밥 먹고 야근해야지’ 등 다양합니다.
특히 ‘꿈과 비전을 갖고 계신 분을 구합니다’라거나 ‘★급구★’라고 돼 있으면 조심해야한다고 귀띔합니다. ‘열정 페이는 기본에 온갖 잡일을 떠넘겨도 군말 없이 해야 한다’거나 ‘못 견디고 나간 사람 때문에 죽겠으니 빨리 와서 개처럼 일하라’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네요.
네티즌들은 “재미로만 보시길” “맞는 것도 있고 과장된 것도 있네” “협의 후 결정이란 말이 가장 싫어” 등의 댓글을 달며 웃네요. 그렇다고 해도 취업준비생에겐 이런 유머 게시글을 봐도 씁쓸할 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