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할머니에게 친절을 베푼 대구의 한 여중생의 사연이 알려져 네티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고 있다.
12일 ‘삼라봉의 사자우리’라는 이름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에 올라온 사연은 이렇다.
블로그 주인장 A씨는 지난 1월 초 버스를 타고 나들이를 가고 있었다. 버스가 대구 칠곡병원 앞에 다다르자 여중생쯤으로 보이는 B양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부축하며 버스에 올랐다. B양은 버스 기사에게 “아저씨! 여기 할머니 팔달교까지 모셔주세요”라고 말했다.
A씨는 B양이 할머니를 잠깐 도와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B양은 할머니를 노약자석까지 모신 후 다시 버스 기사에게 다가가 “어른 한 명이랑 학생 한 명이요”라고 말한 후 교통카드를 버스비를 치렀게다. 처음 본 할머니의 버스비까지 자신이 치른 것이다.
B양은 할머니가 “버스비를 돌려주겠다”고 해도 만류했다. 대신 노약자석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할머니의 말동무가 돼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귀가 어두우신 할머니를 배려해 큰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B양은 결혼식에 늦을 것 같아 걱정하는 할머니에게 “너무 빠듯해요. 이미 시작했지만 늦은 건 아니에요”라며 안심시키는 어른스러움까지 보였다.
B양은 버스에서 내릴 때도 할머니를 부축했다. 또한 할머니의 행선지인 예식장까지 길을 안내했다.
이를 지켜본 A씨는 “여중생이 어찌나 대견했던지 그를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씨는 “두 사람의 훈훈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며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A씨는 “소녀와 나눈 짤막한 대화를 했는데 매천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했다”며 “칭찬했더니 ‘할머니께서 길을 잃으셔서 도와준 것뿐’이라고 말하는 겸손함까지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이 따뜻해져 기쁜 두근거림을 한참 동안 음미했다”며 “정말 그 여운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