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을 제작·배급한 엄용훈 대표가 배급사 리틀빅피쳐스 대표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엄용훈 대표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영화산업의 불합리한 환경을 개선해 공정한 경쟁관계를 조성해 보자는 취지로 제작자들이 모여 지난해 6월 (리틀빅피쳐스를) 설립했다”며 “1년 반 동안 무보수로 대표직을 수행해 왔던 리틀빅픽쳐스 대표직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 지난해 설립작으로 배급한 ‘소녀괴담’이 작은 성공을 거뒀지만 ‘카트’에 이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개훔방) 흥행 실패는 오로지 제 무능함이었음을 통감한다”고 적었다.
이어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서울영상진흥위원회 부위원장 등 모든 직을 내려놓고 영화 제작자로서의 본분만 지킬 것”이라며 “개훔방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 대표는 또 “개훔방은 지난해 12월 31일 언론 및 시사회 관객의 호평과 응원을 받으면서 많은 기대를 안고 개봉을 했다. 그러나 연말연시라는 치열한 박스 경쟁에서 1/3 정도의 개봉관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며 “그나마 받은 상영관은 조조 시간대와 심야 시간대가 주를 이루는 등 가족영화 장르로서는 매우 치명적이고 안타까운 상항에서 개봉을 시작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영화 원작 판권 구매 시 계약 만료기간을 넘기며 2014년 12월 31일까지 개봉하기로 합의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제작자로서 관객들이 먼 길을 찾아다니면서 보게 하는 불편을 끼쳤고 많은 스텝과 배우들에게 실패한 작품에 참여하게 했다는 실망감을 안겼다. 투자자에게는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줬다”고 말했다.
끝으로 “부덕한 영화 제작자로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영화인으로 함께 작업한 것만으로도 영광인 김혜자 선생님께 너무 많은 폐를 끼쳐 안타깝고 죄송하다. 모든 분들께 진 은혜와 폐를 평생 동안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개훔방은 사라진 아빠와 집을 되찾기 위해 개를 훔치려는 10살 소녀의 기상천외한 도둑질을 그렸다.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소설로 원작으로 했으며 김혜자 이레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 이지원 홍은택 등이 출연했다. 대기업 독과점 문제로 개봉 초기부터 상영시간이 대부분 이른 오전이나 심야로 배정됐다. 입소문을 타면서 상영관 확대 요청이 쇄도했지만 약 22만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