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독한 아이를 후송하던 사설 구급차와 부딪힌 차량 운전자가 “사고를 수습하고가라”며 구급차를 막는 영상이 공개돼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아이가 심폐 소생술까지 받았던 위급 상황이었는데도 구급차는 사고 현장에서 10분가량을 허비했다.
19일 SBS 보도에 따르면 한 사설 구급차는 생명이 위독한 네 살배기 뇌 병변 아동을 태우고 이동하다 승용차와 부딪혔다. 경적과 사이렌을 울리며 차 사이를 비집고 나가다 발생한 일이었다.
그런데 승용차 운전자는 차량을 비켜주지 않고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등 구급차 앞을 막아섰다. 구급차 기사는 운전자와 실랑이를 벌이다 직접 사고 승용차를 옮겼다. 이러한 상황은 구급차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촬영됐다.
아이는 근처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다행히 무사했다.
피해 아동 어머니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눈앞에서 내 아이가 죽어 가는 상황을 말로 다 표현 못한다”며 “(운전자에게) ‘아이가 위급한 상황입니다. 아이입니다’라고도 얘기했는데도 안 믿고 안 비켜주니까 손을 잡고 끌어당겨서 보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 손을 뿌리치더라”고 말했다.
구급차 운전사는 “급하니까 가야 한다고 했지만 상대 운전자는 사고 처리하고 가라고, 뭘 믿고 보내느냐고 말하더라”면서 “심폐소생술까지 하는 상황이라 제가 왈가왈부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접촉사고와 별도로 승용차 운전자에게 구급차 운행 고의 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차를 막아서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고 구급차를 막아선 사람도 있었다. 당시 구급차 운전자는 “응급 이송 중 급정거와 길막, 시끄럽다는 욕설을 들었다”며 “제발 환자나 환자의 가족이 돼 당신의 행동에 대한 심정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구급차를 막아선 행동에 공분하고 있다. “도대체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가” “자신의 가족이 구급차에 누워있다고 생각하면 저렇게 못한다” “당신 가족 응급환자 생겼을 때 당신 같은 사람이 길을 막아서길 바란다” “저건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