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미끼로 20대 여성들에게 거액을 뜯어낸 ‘스타강사’ 출신 영어학원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모 유명 어학원 강사 임모(29)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해 8월 모바일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A씨(26·여)에게 접근, 결혼준비자금을 만들자며 대출과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등을 통해 마련한 돈을 송금 받는 등 여성 2명으로부터 2억6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임씨는 여성들에게 자신을 언론에 수차례 보도된 미국 명문대 출신 스타강사라고 소개했다. 임씨는 A씨를 만난 직후 “운명적 사랑을 만났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고 프러포즈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A씨를 속여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에 불과했다.
임씨는 자신은 미국 영주권자라 대출이 안 된다면서 A씨에게 대출중개업자를 소개해 준 뒤 4700만원을 신용대출 받아 자신에게 송금하게 하는 등 지난해 8월에만 1억원 이상을 송금 받았다. 그는 또한 A씨에게 각종 투자에 필요하다며 수십 차례에 걸쳐 돈을 요구했고, 마이너스 대출과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까지 받도록 종용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0월 27일까지 임씨에게 2억783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씨는 A씨가 더 이상 돈을 마련하지 못하게 되자 같은 달 30일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작 임씨는 A씨를 만날 당시 영어학습 동호회에서 만난 다른 여성 B씨(31·여)와 한창 교제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는 지난해 9월 20일 마포구의 한 교회에서 B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경찰조사 결과 임씨는 피해자들을 빚더미에 올라앉게 한 뒤 몰래 다른 여성과 결혼하고선 신혼여행 경비마저 피해자에게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속은 사실을 안 A씨는 우울증과 자살충동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졸지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A씨는 이자만 매달 440만원을 부담할 처지에 놓였다.
경찰은 “임씨는 B씨와 스위스로 신혼여행을 가면서 A씨의 신용카드로 경비를 지불했다”면서 “A씨는 업무상 출장인 줄 알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씨는 결혼할 상대가 따로 있었기에 A씨와는 애초 진지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면서 “임씨는 받은 돈 전액을 B씨와의 결혼자금과 채무변제에 썼고 전혀 죄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임씨는 예전에도 결혼을 미끼로 여학생들로부터 돈을 뜯어 세 차례나 수감된 경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 외에도 20대 여성 한 명이 약 5100만원을 뜯기는 등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 여성들은 A씨의 경력과 언론보도에 소개된 유명세에 현혹돼 A씨의 결혼약속을 믿고 대출까지 받아 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