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 난 기자] 해외직구를 두고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고들 합니다. 그래선지 지난해 해외 직구가 사상 최대 수치를 찍었습니다. 지난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 직구 물품 수입이 1553만건으로 금액은 15억 4000만달러라고 하네요. 한화로 환산하면 1조6690억원이 넘는 돈입니다. 10억4003만 달러였던 2013년에 비해 50% 가량 증가했지요.
이처럼 해외 직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저렴한 가격’ 때문이지요. 똑같은 상품이라 해도 국내 판매가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값이 쌉니다. 지난 12월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재 수입품의 경우 수입한 원가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9배까지 판매가격을 부풀려 책정했습니다. 이러니 어느 소비자가 해외직구를 마다하겠습니까. 외국어로 된 해외 사이트, 번거로운 배송절차, 오랜 배송기간, 교환환불의 어려움 등은 가격 앞에선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지요.
국내 독점 수입 업체에 의해 들어오는 제품이 비싼 건 제쳐두지요. 국내 업체의 제품을 운송비와 세관까지 다 포함하고 해외직구를 했을 때 국내가격보다 더 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지요. ‘회도 노량진보다 산지 식당이 더 비싸다’는 우스개 소리가 유통업계의 ‘요지경’을 설명해주네요.
국내 기업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커지고, 소비자들이 더 이상 ‘호갱’이 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직구가 발생하게 된 거죠. 치솟는 물가에 가계살림은 점점 빠듯해지는 상황에서 ‘호갱탈출’을 내세운 소비자들에게 ‘애국소비’를 요구하기엔 명분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지난달 12일 국내 10여개 온라인 쇼핑몰이 고육지책으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했지요. 요란하게 홍보를 했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꼭 맞아 떨어졌습니다. 상품 수와 질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아예 사이트 자체가 접속장애를 일으켰으니까요.
일부에서는 ‘호갱탈출’을 선언한 소비자를 국내 산업과 내수를 망가뜨리는 원흉으로 지목해 ‘물타기’를 해보려 하는데,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잖아요? 국내 제조사와 유통업계가 더 이상 핑계로 일관할게 아니라 손을 맞잡고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든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입니다.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