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이 29일 오후 정옥근(62) 전 해군참모총장을 자택에서 체포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2008년 고속함 및 차기 호위함 등의 수주 편의제공 대가로 STX조선해양, STX엔진 등으로부터 아들이 설립한 요트 회사를 통해 7억7천만원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다.

합수단은 이날 오전 법원에서 발부한 체포영장을 오후에 전격 집행했다.

합수단은 정 전 총장의 장남(38)과 윤연(67) 전 해군작전사령관을 전날 각각 금품 수수, 금품 제공에 공모 및 관여한 혐의 등으로 체포하는 등 정 전 총장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냈다.

정 전 총장이 현직에 있던 2008년 해군이 개최한 국제 관함식 행사에서 장남 정씨가 설립했던 요트앤컴퍼니는 부대 행사로 요트 대회를 진행했다. 당시 STX는 요트앤컴퍼니에 광고비 명목으로 7억7000만원을 후원했다.

합수단은 후원액이 STX에서 방산물량 납품 편의를 봐줄 것을 기대하고 정 전 총장에게 건넨 뇌물일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벌였다.

합수단은 최근 서충일 ㈜STX 사장 등 전·현직 STX 고위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했고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구속수감)을 조사하면서 광고비가 사실상 뇌물이었다는 결정적인 진술을 확보했다.

합수단은 정 전 총장이 STX측에 먼저 금품을 요구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정 전 총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요트앤컴퍼니는 2008년 당시 설립한 지 1년밖에 안 된 회사였고 관함식 행사 전후로는 뚜렷한 실적도 없어 계속 7억7000만원의 성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합수단은 정 전 총장의 아들, 윤 전 사령관, 아들 정모씨와 함께 체포된 요트앤컴퍼니 관계자 등은 일단 석방하고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