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가난한 아시아라서 ‘열정페이컵?’… 정말 내걸 상금이 한 푼도 없나

[친절한 쿡기자] 가난한 아시아라서 ‘열정페이컵?’… 정말 내걸 상금이 한 푼도 없나

기사승인 2015-02-02 15:22:56

[쿠키뉴스 친절한 쿡기자=김민석 기자] 월드컵 대회 상금은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납니다. 우승국 배당금이 무려 약 379억원에 달하죠. 아시안컵은 어떨까요. 놀랍지만 우승상금이 ‘빵원’입니다. 대회에 배당된 상금 자체가 없습니다. 한국 대표팀이 지난 31일 결승에서 호주를 꺾고 우승했다고 하더라도 우승국이란 명예만 얻게 되는 셈입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아시안컵 출전국들에게 항공권과 숙박, 현지 이동차량 정도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감독과 선수들에게 상금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폭탄수준의 벌금을 뜯어내고 있어 각국 선수단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형국이죠. 위반 사항으로는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경기 중 거친 반칙, 인터뷰 거부, 공인되지 않은 훈련장 사용 등이 있습니다.

이란 감독 카를로스 케이로스는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 심판판정에 거칠게 항의했다가 약 320만원의 벌금을 맞았습니다. 특히 대표팀 남태희(24·레퀴야) 선수는 10일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시뮬레이션 액션을 했다는 이유로 벌금 약 430만원)를 내야 합니다. AFC는 또한 한국 코치진이 오만과의 A조 1차전에서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벗어난 것과 대한축구협회 귀빈들이 선수 격려를 위해 운동장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각각 325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했습니다. 다 합치면 1000만원이 넘습니다. 입이 떡 벌어지지 않나요?

아시아축구연맹은 “스폰서들의 후원 금액이나 중계권료가 국제축구연맹(FIFA)과 비교할 수 없이 적기 때문에 상금을 책정할 만한 여유가 없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출전하는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주최 측이 약 10억원의 상금을 내건 걸 고려하면 그 근거가 빈약해보입니다. ‘열정 페이컵’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축구팬들은 “당근은 없다. 채찍만 있을 뿐” “가난한 아시아라고 티내나” “상금 없는 게 전통인 대회” “벌금으로 돈 벌 기세” 등의 댓글을 달며 AFC 주최 측을 한껏 비꼬았습니다. 한 네티즌은 “석유가 나오는 중동 국가에 내로라하는 부호가 몇 명인데 상금이 0원이라니 창피하다”고 적었네요.

사실 AFC도 아시안컵의 위상을 고려해 상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2011년 모하메드 빈 함맘 전 AFC 회장은 “이번 호주 대회부터 약 108억원의 우승 상금을 배당하겠다”고 약속했었죠. 그러나 그는 월드컵 개최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비리에 연루돼 불명예 낙마했고, 약속은 물 건너갔습니다. 다행히 출전 국가가 24개국(현재 16개국)으로 확대되는 차기 대회부터는 우승 상금이 신설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혜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우승국에만 혜택이 돌아갈 뿐이죠. 아시안컵 우승국은 월드컵이 열리는 직전 해에 개최되는 FIFA 주관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아시아 대표로 자동으로 출전하게 됩니다. 컨페더레이션컵은 월드컵 개최국과 전 월드컵 우승국, 각 대륙 대표 국가 등 8개 팀이 모여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로 ‘미니 월드컵’이라고 불릴 정도로 위상이 높습니다. 그리고 솔깃한 상금이 걸려 있습니다.

FIFA는 2013년 브라질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 때 총상금 약 217억원을 내걸었습니다. 우승국 브라질이 약 45억원, 준우승국 스페인이 약 39억원, 3위 이탈리아는 약 33억원을 받았습니다.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일본, 타히티, 멕시코, 나이지리아에도 약 18억4000만원이 지급됐습니다. 출전만 해도 20억원을 받는 셈이네요. 무엇보다 세계 강팀을 상대로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다는 ‘알짜배기 혜택’이 걸려 있습니다.

그러나 우승을 못하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랑스럽게 잘 싸웠지만 아쉽게 우승을 놓친 대표팀은 벌금이라는 채찍만 맞게 생겼네요. 더구나 이청용 소속팀 볼턴과 구자철 소속팀 마인츠는 상금 없는 대회에 선수를 보내줬다가 소속 선수가 부상을 입는 악재를 맞게 됐습니다. 물론 중계권을 따낸 국내방송사들이 많은 재미를 봤다고 하니 그것으로 조금의 위안을 삼아야겠습니다.

과거엔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자신의 꿈과 국위선양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습니다. 상금이 빼놓을 수 없는 동기로 떠올랐습니다. 다음 대회부터는 전 세계 인구의 과반을 차지하는 아시아인 축제라는 위상에 걸 맞는 상금이 책정되길 바랍니다.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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