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일방 구조조정 논란…교수진 ‘반발’

중앙대 일방 구조조정 논란…교수진 ‘반발’

기사승인 2015-02-26 23:12:55
사진=국민일보 DB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중앙대가 내년부터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내용의 학사구조 개편안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대가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한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은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를 전면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해 2학년 2학기 때 전공을 택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학과제는 유지하되 신입생 모집단위만 광역화한 다른 대학과 달리 아예 학과 자체를 없애고 교수와 학생이 단과대학에 소속되는 식으로 학사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중앙대는 “학과제가 단과대학별 전공제로 전환되면 학과 간 장벽이 사라지므로 단과대학 차원에서 유망 전공을 신설하거나 여러 전공을 융합하는 일이 쉬워진다”고 밝혔다.

사회적 수요가 있는 전공을 개발하고 많은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게 하겠다는 취지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되지 않는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등 일부 비인기전공은 학생 부족으로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

중앙대는 “공학계열은 27만7천명이 부족한데 인문사회계열은 6만1천명, 자연계열은 13만4천명이 과다공급되고 있다”며 해당 분야 전공생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차츰 전체 모집정원을 줄이기로 하면서 정작 공대는 모집정원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유망 전공을 신설한다고 밝혀 인문학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수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수들은 개편안을 시행할 경우 여러 문제가 파생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학교 측이 학내 구성원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발표 당일 오전에 열린 전체교수회의에서 개편안을 처음 공개했다.

교수협의회와 대학 평의원회 전·현직 회장 6명으로 구성된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교수 대표 비상대책위원회’는 전체교수회의 전 참석자 420명을 대상으로 개편안을 재논의할지 긴급 설문조사했고, 그 결과 87.8%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독어독문학과 교수인 김누리 비대위원장은 “밀실에서 소수 교수가 음모적으로 진행한 학문에 대한 쿠데타”라며 “학교 측의 학과제 폐지 일방 통보는 학문의 자유를 위배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교수가 대학본부에서 추진하는 일방적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기업이 대학을 장악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min@kmib.co.kr
민수미 기자 기자
min@kmib.co.kr
민수미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