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 호시탐탐] 할랄식품 전망 좋다고요?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입니다!

[봉기자 호시탐탐] 할랄식품 전망 좋다고요?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입니다!

기사승인 2015-03-09 15:26:55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박근혜대통령이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정상회담을 가졌지요? 정상회담 후 식품업체들과 외식업체들이 신났습니다. 왜 그러냐고요? 요즘 뜨는 이슬람권의 식품인 할랄식품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식품기업들은 할랄식품의 수출이 예전보다 더 활성화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말이지요.

할랄식품이란 이슬람 율법에 의해 생산된 식재료로 만든 식품으로, 전 세계 18억명의 무슬림(돼지고기를 절대 먹지 않음)을 그 대상으로 합니다.

최근 한 공중파 방송 시사·교양 프로그램 ‘이웃집 찰스’ 녹화에 할랄음식이 소개가 되기도 했었지요. 음식점에 술과 고기(돼지고기)를 팔아야 매출이 오르는데, 이슬람 율법에 의해 술과 고기를 팔지 않아 매출에 악영향이 있음에도 할랄음식 만을 고집하는 사연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이 방송이 아니었다면 대통령이 아랍권과 할랄식품 양해각서를 체결했든 안 했든 간에 할랄식품에 대해 막연히 접근했을 것이란 생각도 곁들여 봅니다.

여튼, 박대통령의 이번 활약(?)으로 식품업체들은 이 할랄식품에 조금이나마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내수보단 수출용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입니다.

한 식품업체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할랄식품 수출 규모는 6000억원 정도입니다. 남의 나라 음식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효자상품입니다. 박대통령이 아랍권과 입을 맞춰놨으니, 이제 그 수출 규모는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런 기대도 솔솔 나오는 겁니다. 2017년에는 12억3000만달러(1조4000억원) 규모로 수출규모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이지요.

의문이 듭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해외 순방길의 자취를 보면 늘 정상들과 회담을 한 후 앞으로 수출길이 열렸다, 혹은 건설 수주를 하게 됐다 등등 대통령들의 활약상을 곧잘 홍보하기도 하는데 말이지요. 정말 그런가요? 아니면 거품이 있는 거 아닌가요?

양해각서는 단어 그대로 본 계약이 이뤄지기 전에 일종의 협의로, 실제 기업이 이윤을 낼 수 있는 단계의 계약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그저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이지요. 할랄식품은 정부가 개입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종교가 중심에 있어서 정부가 쉽게 개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식품업체들의 경우 할랄인증을 받고 수출을 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습니다. 할랄인증을 받았다고 무조건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별로 할랄식품 인증이 별도로 있습니다. 할랄식품 인증의 종류도 다양하고요. 이를테면, 인도 싱가포르 사우디 등 각 나라별로 인증이 다른 것이지요. 그래서 정부가 나선다고 수출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각 나라별 할랄식품의 인증 절차에 따라 수출도 이뤄진다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할랄식품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 뭔가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시기상조인 듯 합니다. 물론 두 정상 간에 합의가 기업하는 이들이 수출하거나 수입을 할 때 절차를 수월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냄비근성일까요? 식품업체들은 벌써부터 할랄식품 관련 보도자료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언제부터 제품을 아랍권, 무슬림권 중심으로 수출을 했고, 몇 개의 인증제품이 있다라는 것입니다. 얼마의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보면 그 매출은 몇십억원대로 미비합니다.

단지 거는 기대는 시장에 할랄식품의 확대가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처럼 유행에 민감하고 먹는 것에 유난 떠는 곳도 없습니다. 시장의 확대가 됐다면 이미 됐어야 맞다는 얘기지요.

유럽 미국 중국 등 무슬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할랄식품의 틈새시장 발굴 의지는 좋습니다. 정상 간 양해각서를 마치 보증수표처럼 믿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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