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공교롭게도, 삼성페이가 나온 날이었다.
지난 9일 서준희 BC카드 사장은 1주년 간담회를 열고 '핀테크(Fintech)를 강조하며, 금융(Finance)과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결합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서 사장이 과거 몸담았던 고향인 삼성에서 카드사를 겨냥해 기존 카드 리더기에서 읽힐 수 있는 '갤럭시S6'가 등장, BC카드의 핀테크 전략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BC카드가 주도하려는 카드 플랫폼이 삼성페이에 의해 잠식당하게 되면, BC카드의 모기업인 KT와의 핀테크 시너지도 의미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BC카드는 작년 말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에 직접 접촉해 결제하는 '탭사인(TapSign)' 서비스를 내놓고,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가 갤럭시S6 출시와 함께 내놓은 삼성페이는 BC카드의 탭사인과 비슷하게 스마트폰을 기존 카드 리더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이루어진다. 굳이 비싼 카드인식기를 또 살 필요가 없다. 또 삼성페이는 BC카드뿐 아니라 시중 어떤 카드와도 호환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소비자가 기존 카드를 삼성페이에 등록만 하면 된다. 편리성과 범용성 면에서 삼성페이가 훨씬 더 우위에 선 셈이다.
이미 BC카드도 카드사가 다 같이 참여하는 삼성페이에 혼자만 빠질 수 없어 다른 카드사들과 함께 삼성페이에 울며 겨자먹기로 제휴를 맺은 상태다.
BC카드가 애써 돈 들여 개발한 탭사인 서비스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채 파리만 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BC카드는 모바일 결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른 카드사들보다 더 발빠른 행보를 보여 왔다. 이는 시장 점유율이 높은 선두 카드사들을 따라잡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주로 신용카드 정보를 유심(USIM)칩에 넣고 스마트폰만 갖다대면 결제가 완료되는 NFC방식을 연구해 왔다. NFC방식은 단말기가 비싼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만약 기존 카드리더기로 쓸 수 있는 삼성페이가 게임 체인저로 등장할 경우 BC카드는 그동안 투자했던 연구비용을 날리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타격은 브랜드가치의 하락이다.
KT와 카드의 결합으로 구축하려 했던 '핀테크' 이미지가 오히려 삼성전자와 전략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삼성카드 등 타사에게 뺏길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이미 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기존 회원사의 연이은 카드사 독립으로 BC카드의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브랜드의 하락은 서 사장의 입지를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이미 KT 내부에서는 서 사장에 대한 눈초리가 곱지 않다. 전형적인 '삼성맨' 출신으로, 삼성에서의 전략을 공기업 색채가 강한 KT에 무리하게 적용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 사장은 2006년부터 삼성증권 부사장, 2009년 에스원 사장을 지낸 삼성맨이다.
지난해 KT의 첫 적자전환을 가져온 황창규 KT 회장은 조속한 흑자 전환을 위해 '실탄'이 필요한 상황이다.
카드업은 업권의 수익규모 자체가 한정된 데다가 정부의 압력으로 수수료도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그리 매력적인 전망은 아니다.
여기에 KT와 시너지도 낼 수 없다는 판단이 선다면 BC카드는 언제든 매각될 수 있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실제로 BC카드는 KT 인수 후부터 지금까지 매각설에 시달려 왔다.
BC카드의 불안한 상황은 BC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까지 불안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
BC카드 관계자는 ""NFC 기반의 모바일카드는 삼성페이와 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