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도 해부학에 기반을 둔 학문이다”

“한의학도 해부학에 기반을 둔 학문이다”

기사승인 2015-04-15 11:30:56

한의사협회, ‘해부학에 기반한 한의학의 발전-한의의료행위와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 세미나



[쿠키뉴스=조민규 기자] 해부학에 기반으로 한 한의학의 발전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한의사협회는 14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대강당에서 ‘해부학에 기반한 한의학의 발전-한의의료행위와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을 주제로 기획세미나를 개최했다.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의사는 지금 아무것도 아니다. 의료기기 사용을 제한 받고 있다게 너무나 터무니없다. 한의사는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법에 근간해 제한을 받아야 하는데 의료법 어디에도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관련 내용이 없고,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나와 있다”라며 “한의사가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인데 하지 말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의 불리한 판례는 의료법에 근거해 나온 것이 아니다. 다분히 편견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2006년 서양의학은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고, 한의학은 인체를 하나의 통일체로 본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한의학을 해부학적으로 기초하지 않은 학문이라는 뉘앙스다”라며 “서양학이든 한의학이든 근본적으로 하고자하는 것은 병치료인데 치료하려면 병리적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 또 생리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체구조를 알아야 한다. 그것이 해부학이다. 어떻게 법원에서 서양의학이 해부학적 근간이 되고, 한의학은 아니라는 판결문을 근거로 불리한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한의계 자성도 촉구했는데 김 회장은 “오늘 세미나에는 연구자, 학계 등 한의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인체의학은 해부학에서 기반을 두는 것인데 한의계가 설득력 있게 못한 것에 대한 내부자성이 필요하다. 자성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이번 기획세미나이고 단발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반성하고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며 “한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며 어떤 정보를 줬기에 이런 편견을 갖고 있는지 반성하고 올바른 정보를 줘야 한다. 모두가 짊어져야할 짐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자리가 그 단초가 됐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한한의학회 김갑성 회장 역시 인사말을 통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단순한 권익 신장이 목적이 아닌, 국민건강 증진 및 보건의료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의료인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KCD와 같은 현대의학적 질병 분류 명칭의 사용을 권장하는 정부의 방침에서도 보다 정확한 진단적 접근을 위해서는 한의사의 첨단 과학문명의 산물인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권장하고 활성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진 세미나에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백유상 경의대한의과대 교수는 ‘한의학 속의 해부학’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의학은 인체 구조를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 왔고 해부학도 이러한 가운데 발전해 왔기 때문에 당연히 한의학 범주에 속한다”라며 “이를 근거로 볼 때 해부학을 기반으로 한 의료행위(다양한 기기를 사용해 인체구조를 확인하는 행위 및 치료하는 행위)도 한의사의 의료행위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기능과 구조가 융합된 인체관 또는 신체관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에 와서도 이러한 특성이 기본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근세 이후 서양의학의 유입과 영향으로 인해 한의학의 신체관이 단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기능만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편협한 시작이 형성돼 한의학의 고유한 신체관이 왜곡됐을 뿐 아니라 질병을 통합적으로 진단·예방·치료하는 한의학의 많은 장점들이 드러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어떠한 의학이든 인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대전제를 놓고 볼 때 당연히 한의학도 인체 구조에 대한 해부 지식들을 축적하려고 해 왔으며, 그 점은 한의학의 오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며 “기능 중심만의 인체관이 바로 한의학의 인체관이라는 생각은 실제 해부 지식 축적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데서 온 단견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토론에서는 김지호 한의사협회 홍보이사, 신길조 한의학회 부회장, 강연석 한의학교육평가원 기획이사 등이 참여해 카메라 활용으로 짚어본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한의학에 대한 편견의 원인과 대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지호 홍보이사는 “한의학의 해부학에 대한 논의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논의되지 못 했는데 해부학을 모르고는 침을 놓을 수 없다. 한의학은 음양오행만으로 이뤄진 신비롭고 특수한 학문이 아닌 첨단 과학으로 당시에 있는 해부학·생리학·생화학 등 기초생명과학을 흡수하고, 그를 통해 발전해 온 학문”이라며 “동의보감 등만을 진리라고 주장하고 머무른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꾸준히 해외 문물을 받아들이고 학습한 응용과학이자 실용학문이다. 한의학도 해부학 등 과학을 토대로 발전해 왔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의학이 해부학을 통해 어떻게 발전했고 치료해 왔는지를 그 동안 외부에 설명하는 부분이 미숙했던 부분은 인정했다.

신길조 부회장은 “현대의료기기는 의사만 사용할 수 있고, 한의사는 진맥으로만 진료해야 한다는 생각은 합리성 및 다양성 존중이라는 과학정신과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는 당위성을 갖고 있고, 진료 중복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을 억제시킨다”라며 “한의사도 국가로부터 자격을 받은 우수한 의료인력으로 기본적인 의료기기을 사용·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과 역량이 있다. 또 의료기기 사용은 의료기기 사용 수요를 늘임으로써 시장경제를 확대시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강연석 기획이사는 “한의학의 편견은 일제의 말살정책으로 인해 시작된 일제시대의 잔재로 그럼에도 우리 전통 한의학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살아남았다”라며 “한양방 간의 차이는 근대화시기에 일제에 의해 강제로 성립된 것이지 양자의 공통점과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설명한 것이 아니다. 한의학적인 것이란 동아시아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탐구해온 인체의 구조와 기능, 질병과 증상에 대한 지식이 그 시대의 철학과 세계관에 따라 합리적으로 발전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국민건강을 위한 양한방 상호발전을 위해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벗어던지고 가치중립적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정치적 논리가 아닌 가치중립적이고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이명수·김기선·김명현·김정록·김제식·신경림·김성주·이목희·양승조·안철수·김용익·최동익·남인순·인재근 의원등이 축전을 보내 눈길을 끌었는데 남인순 의원의 경우 “전통한의학은 일제말살정책에도 굳건히 지켜왔다. 오늘 세미나가 한의학 발전과 국제경쟁력 확보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안철수 의원은 “해부학접근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국민건강지키는데 노력해달라”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 kioo@kukimedia.co.kr




이승환 기자 기자
97artone@kmib.co.kr
이승환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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