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여배우 영화 ‘차이나타운’의 뚝심, 반갑지 아니한가

[쿡리뷰] 여배우 영화 ‘차이나타운’의 뚝심, 반갑지 아니한가

기사승인 2015-04-25 00:02:55
사진=영화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영화 ‘차이나타운’은 용감하다.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과감함은 서막에 불과했다. 뚝심 있는 전개와 연출에서 일단 박수를 받을 만하다. 주연 김혜수의 말이 딱이다. “이렇게 나온 게 참 기특하고 대견”한 작품이다.

영화는 김혜수와 김고은의 투샷으로 시작된다. 거칠기 짝이 없어 보이는 피부와 머리를 한 김혜수가 날카로운 칼로 바닥에서 신음하는 김고은을 겨누고 있다.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는 김혜수와 그를 분노 가득히 치켜보는 김고은의 눈빛이 교차한다. 그 순간 스크린 안에서만이 아니라 상영관 전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됐다.’ 한준희 감독은 그제야 준비한 이야기를 하나 둘 꺼내놓는다.

갓난아기 때 지하철 보관함 10번 칸에 버려진 아이가 있다. 그래서 이름은 일영(김고은)이다. 노숙인들 사이에서 썩은 음식이나 주워 먹으며 거의 방치되듯 자란 일영은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팔려가 ‘식구’를 얻게 된다. 물론 평범한 가족은 아니다. 이 지역을 지배하는 불법 조직의 일원들이다.


절대적인 권력으로 이들 위에 군림하는 이가 있다. 모두가 그를 엄마(김혜수)라고 부른다. 따뜻한 애칭과 달리 엄마는 피도 눈물도 없다. 사채를 갚지 못한 이를 죽여 장기를 팔아버리는 게 일이다. 부리는 자들에게 “누구든 쓸모가 없어지면 버린다”고 경고하면서도 눈빛 한 번 흔들리지 않는다.

대강의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감지될 것이다. 그렇다. 생존이 유일한 목표인 그들의 세상은 아주 침울하고 냉정하면서도 잔혹하다. 이런 묵직한 흐름의 중심을 잡은 이가 바로 김혜수다. 많은 대사도 필요 없었다. 인물을 표현하는데 눈빛·표정·몸짓 정도로 충분했다.

여배우로서 분명 망설여질 법한 역할이다. 김혜수 자신도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김과 동시에 그만큼 두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런 고민을 깨고 스크린에 선 그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여배우도 얼마든지 이만한 존재감을 지닐 수 있다’고 말이다.


영화에서 김고은은 김혜수와 정면으로 맞서야 했다. 그 대립에서 무게감을 놓치지 않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김고은은 제 몫을 해냈다. 초반엔 살짝 경직된 듯도 했으나 점점 살아있는 눈빛과 연기를 보여줬다.

엄태구(우곤 역), 박보검(석현 역), 고경표(치도 역), 이수경(쏭 역), 조현철(홍주 역), 조복래(탁 역) 등 곳곳에 배치된 조연들도 빛을 발했다. 누구하나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각자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훌륭하게 이뤄진 캐스팅은 작품에 있어서 큰 복이다.


무엇보다 보는 이를 쥐었다 놨다하는 연출이 일품이다. 한 감독의 패기에 순간순간 놀라게 된다.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엔딩인가?’ 싶은 장면이 계속 나온다. 잘못하면 자칫 맥이 풀릴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감독은 뚝심 있게 하고자했던 이야기를 끝까지 이어갔다. 첫 장편이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장르적인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대중성을 등에 업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그럼에도 일단 반갑다. 예사롭지 않은 젊은 감독의 출사표, 그리고 오랜만에 나온 ‘여배우 영화’를 응원한다. 오는 29일 개봉.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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