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 깡패에게 시달려도 멈추지 않은 ‘군밤 아줌마’의 기부

수년 간 깡패에게 시달려도 멈추지 않은 ‘군밤 아줌마’의 기부

기사승인 2015-04-29 16:23: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한 여성 노점상 주인이 동네 깡패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장사를 계속하며 10년 넘게 정기적인 기부를 해온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부산 서구의 한 종합병원 앞에서 노점상을 하는 A씨(52·여).

A씨는 20년 넘게 오전에는 군밤과 옥수수를, 오후에는 붕어빵을 판다. 주변에서 ‘군밤 아줌마’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한결같았다.

열심히 살아오던 A씨는 2013년 남편과 이혼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단골손님이던 이모(53)씨가 돌연 A씨에게 갖은 행패와 못된 짓을 일삼았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2013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불법 영업을 신고하겠다”고 A씨를 협박했고, 수시로 붕어빵 기계와 군밤 굽는 철판을 부쉈다. 10여 차례에 걸쳐 170만원을 빼앗아 가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달 9일에는 만취해 노점상 천막 내에서 A씨를 강제 성추행하고, 20일에는 자신의 벌금을 대신 내주지 주지 않는다며 A씨의 얼굴을 연탄집게로 수차례 찔러 중상을 입혔다.

얼굴에 피를 흘리는 A 씨를 본 이웃이 경찰에 신고해 2년여간 계속된 이 씨의 범행이 밝혀졌고, 갈취와 폭행 혐의로 이 씨는 결국 구속됐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뜻밖에 A씨의 숨은 선행이 밝혀졌다.

A씨는 2002년부터 올해까지 13년간 추석과 설 명절 때마다 20만원이 든 봉투를 주민센터에 꼬박꼬박 건넸다.

A씨는 돈이 든 봉투를 내밀면서 “좋은 일에 써달라”고 말했을 뿐 이름조차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센터 측은 무려 10년이 넘게 기부가 이어지자 수소문 끝에 그의 인적사항을 파악해 2012년에 구청에 선행시민으로 추천, A 씨는 서구청장에게서 선행상을 받았다.

A씨의 기부는 이 씨에게 상습적으로 시달림을 당하는 가운데서도 한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계속됐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29일 “노점을 운영하는 A씨가 형편도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아 만류하기도 했지만 한사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많다’며 기부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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