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건강] 메르스 병원 내 감염이 높은 이유는?

[환경과 건강] 메르스 병원 내 감염이 높은 이유는?

기사승인 2015-06-21 17:31:55

메르스(중동 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되며 국민들에게 큰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평택성모병원을 시작으로 한 병원 내 감염이 지역 간 감염으로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내에서 감염이 급격하게 확산될 수밖에 없는 환경적인 요인이 무엇일까.

국내 메르스 전파 경로는 평택성모병원에서 시작됐다. 첫 번째 메르스 환자 A씨(68)가 거친 의료기관은 모두 4곳이다. 그는 중동에서 귀국한 뒤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충남 아산시의 아산서울의원을 지난달 3번 외래로 찾았다. 8번 환자(46·여)는 이때 A씨에게 주사제로 처치를 하면서 감염이 됐다. A씨는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15일 평택성모병원을 방문해 17일까지 입원했다. 아내뿐 아니라 같은 병실에 있던 3번 환자(76·사망)가 이때 감염됐다. 3번 환자의 아들과, 딸도 이때 감염됐다. 같은 병동 환자와 가족, 의료진에게까지 바이러스가 전달돼 평택성모병원에서만 37명(12일 기준)이 감염됐다. 첫 환자로부터 직접 전파는 37명, 추가 전파인 3차 감염으로 추정되는 환자는 다수로 파악됐다. 이후 직접 접촉한 환자, 추가 전파를 통해 병원에서 격리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병원 내 환경은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 미국의 경우에도 원내 감염 발생율이 5∼10%라고 알려져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 이사장)는 “병원 내 환경이 감염에 취약한 이유는 바이러스가 숙주로 삼기 좋은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메르스 바이러스가 먹잇감으로 삼기 좋아하는 고령자, 면역 저하 환자, 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아서”라고 설명했다. 특히 다인실이 많고 환자를 가족들이 직접 간병해야 하고, 병실 방문이 비교적 자유롭게 이뤄지는 한국의 독특한 의료 환경도 메르스 확산을 크게 만든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메르스 폐렴환자가 기침으로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뿜는 상태에서 병원 내 열악한 환경, 부실한 감염관리 실태, 통제되지 않는 병문안 문화 등과 겹치며 다수의 2차, 3차 감염자를 발생시키는 슈퍼 전파자로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공기 전파 가능성이다. 의료계는 공기 전파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는 발열 등의 별다른 증상이 없다면 사람 대 사람이 접촉했다고 해서 바로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햇다. 메르스의 감염 전파력은 2003년 사스 또는 2009년 신종플루에 비해 낮다. 김 교수 역시 “메르스는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침 가래 등에 포함돼 있는 바이러스가 주변 2m 이내에 있는 사람에게까지만 전파된다. 만약 공기 전파가 감염 경로라면 현재 환자 수보다 수백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가 지역사회에서 유행할 가능성이 있을까 여부를 두고 우려섞인 목소리도 많다. 김우주 교수는 “현재까지 발생한 모든 환자는 의료기관과 관련된 감염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아직 입증된 지역사회 감염자가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고 접촉자들을 빈틈없이 추적해 방역망을 벗어난 환자를 찾아 격리한다면 메르스를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메르스에 간접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최근에는 사우나 등 지역을 돌아다닌 것으로 밝혀지며 추가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공기전파 가능성을 제기했다. 에어로졸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공기전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이 에어컨 등을 통한 에어로졸로의 바이러스 감염 확산, 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도 살펴야 하는 이유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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