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민수미 기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무소속 박기춘(59·남양주을) 의원이 분양대행업자에게서 현금과 고급시계뿐만 아니라 민원인 선물용 머그컵 수백 세트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배종혁 부장검사)는 3일 정치자금법 위반과 증거은닉교사 혐의로 박 의원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2011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I사 대표 김모(44)씨에게서 10차례에 걸쳐 현금 2억7000만원과 시가 3000여만원대의 명품시계 2점, 867만원짜리 안마의자 1개 등 3억5812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11년 5월 박 의원에게 민원인 선물용품 명목으로 ‘나팔’ 머그컵 504세트를 건넸다. 시가 252만원 상당이다. 이듬해 10월과 2013년 12월에도 같은 명목으로 각각 강화유리접시 1200세트(396만원)와 500세트(220만원)를 보내줬다.
박 의원은 올해 2월 남양주시 진접읍에 있는 후원회 사무실에서 아들 결혼 축의금으로 현금 1억원을 받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08년 총선을 앞두고 김씨의 인터넷 선거운동원 활동을 계기로 알게됐다. 김씨도 박 의원의 지역개발 공약을 분양대행업에 활용하면서 친분이 쌓였다.
민원인 선물용품으로 시작된 박 의원의 금품수수는 점차 대담해졌다. 2013년 8월에는 후원회 사무실에서 현금 2000만원, 작년 8월과 11월에는 지역구 사무실에서 각각 현금 5000만원과 1억원을 받았다. 그때마다 김씨는 ‘명절 인사’나 ‘의정보고서 발간비용’ 등의 명목을 붙였다.
작년 5월에는 “국회의원 활동으로 쌓인 피로를 풀라”며 안마 의자를 “국회의원 품격에 맞는 시계를 차고 다녀야 한다”며 3120만원짜리 해리윈스턴 시계를 선물했다. “시계를 1개만 차면 단조롭다”며 3957만원짜리 브라이틀링 시계를 또 건넸다.
박 의원의 두 아들과 부인도 롤렉스·IWC·브랑팡·위블로골드·태그호이어 등 고급 시계 9점과 500만원짜리 루이뷔통 가방 2개를 받았다. 김씨는 시계 수집이 취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분양대행업체 I사의 수사가 시작되자 올해 6월 측근 정모(50·구속기소)씨를 시켜 시계 7점과 가방 2개를 김씨에게 돌려주고 안마의자는 정씨 집에 보관했다가 증거은닉교사 혐의가 추가됐다.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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