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돌고래호 전복 원인을 놓고 기상 악화로 인한 너울이나 양식장 물속 밧줄 등에 배가 걸렸을 가능성 등이 제기된 가운데 선체 상태로 볼 때 일단 충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평현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7일 언론 브리핑에서 “배가 양식장 그물에 걸렸으면 스크루에 밧줄이 남거나 긁힌 상처가 생기는데 스크루를 확인해보니 깨끗했다”며 충돌 흔적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날 물 밖으로 드러난 돌고래호의 바닥 부분을 현장에서 육안으로 봐도 충돌하거나 긁힌 흔적은 뚜렷하게 발견할 수 없었다.
사고 직후 생존자들로부터 “배가 양식장 밧줄 같은 것에 걸려 엔진이 정지되면서 전복됐다”라거나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난 후 배가 기울었다”는 진술이 나오며 밧줄 등에 걸려 전복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물속 밧줄이 스크루에 감기면서 배에 충격이 가해져 배가 뒤집히지 않았겠느냐는 추론이었다.
이 경우 스크루 부분에 밧줄 일부가 엉겨 남아있거나 스크루 주변이 밧줄에 쓸린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하지만, 이런 흔적은 없었다는 게 해경의 발표다.
다만, 이 본부장은 “배가 그물이나 밧줄에 강하게 부딪히더라도 배가 전복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돌고래호가 밧줄에 걸렸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너울로 인한 전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수십 년 경력의 어민들도 “양식장 그물이나 밧줄에 걸렸을 가능성보다는 너울이 전복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추자도에서 40년 가까이 어업에 종사했다는 김순복(60) 선장은 “사고 당시 예초리 인근에 ‘샛바람’(동풍을 가리키는 어민들의 은어)이 불어 너울성 파도가 크게 쳤다”며 “너울에 배가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김 선장은 “너울이 치면 배가 너울이 치는 방향으로 기우는데 돌고래호는 빠르고 가벼워 다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기울어진 채 앞으로 갔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기울어진 부분에 물이 들어차 결국 전복됐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어민들은 사고 당시 들렸다는 ‘쿵’ 소리도 너울이 배를 치는 소리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어민 원정수(59)씨도 “사고 지점으로 알려진 예초리 인근에는 사고 당시 썰물 때였다”며 “물이 빠지고 강한 조류가 발생한데다 동풍까지 겹쳐 너울이 치는 바람에 배가 넘어간 게 아닌가 싶다”고 추측했다.
원씨는 “예초리 인근 바다는 추자도 근해에서도 섬생이섬 앞바다 다음으로 조류가 세기로 유명한 곳”이라며 악천후에 강한 조류가 돌고래호를 덮쳤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해경과 어민 등은 양식장 그물과 너울성 파도를 제외한 ‘제3의 전복 원인’에 대해 “암초나 갯바위에 부딪혔다면 배 밑바닥에 상처가 남았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상태니 이외에 다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날 해경 과학수사팀 요원들은 가라앉은 돌고래호 선체 안으로 진입해 운항 장비 등으로 추정되는 장비들을 거둬갔다.
해경 수사가 진행되면 돌고래호의 정확한 전복 원인이 드러날 전망이다.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