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60세 정년제 시행에 맞춰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 등 기업들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약계에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현재 유한양행, 신풍제약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녹십자, 한미약품, 동아쏘시오그룹 등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금피크제를 가장 먼저 실시한 곳은 유한양행이다. 이 기업은 지난 2010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공기업과 일부 금융권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검토해 왔다. 유한양행도 이 시기에 노사 합의에 따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실시했다. 유한양행은 정년을 기존 55세 57세로 2년 늘린 대신, 만 55세부터 급여를 20% 감액한 이후 다시 상승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이다.
직무는 정년연장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조건이다.
신풍제약도 올해부터 노사합의하에 만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신풍제약의 경우 지난 2013년 임금피크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1년간의 조사와 내부조율을 거쳐 지난해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정년 연장형 유형의 임금피크제를 채택한 신풍제약은 만 55세에서 만57세로 정년을 늘렸고 만 56세 15%, 만 57세 25%가 감액된다. 모든 근로조건은 물론 직무 및 직책은 기존대로 유지한다는 조건이다. 당초 임금감액률을 검토할 때만 해도 만 56세에 20%를 삭감할 계획이었으나, 노조와의 협의를 도출해 15%만 감액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제약사들은 정년연장에 따라 임금상승에 따른 비용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제약사 임원은 “힘든 제약사 여건 속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난항이 있었지만 합의를 이끌어 냈다”며 “다만 청년 일자리 창출의 취지이건, 정년 보장이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제약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제도 도입을 고민하는 제약사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제약사 임원은 "결국 문제는 임금부문"이라면서 "정부는 60세 정년연장법을 마련해 놓고 급여에 대해서는 종업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 결정하도록 했기에 노조가 있는 기업들은 임금을 협의한다는 게 녹록치 않다"고 토로했다.
현재 임금피크제 도입을 고민 중인 상위 제약사로는 한미약품, 녹십자, 동아쏘시오그룹 등이 있다. 이들 제약사 역시 임금피크제 노사합의 과정까지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정년 연장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 요건인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사회 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있으면 노조 동의 없이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정부 주장의 근거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실적으로 민간 기업 대부분이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는 실정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엄연히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이라는 것이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근로자의 임금만 줄어들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노후 자금인 퇴직급여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퇴직급여는 근로자 퇴직 직전 급여를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한편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제약협회도 협회 차원에서 사례를 수집 중이다. 한국제약협회는 타산업 분야의 임금피크제 도입 사례를 모아 회원사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사례집을 만들기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할지 고민스럽다는 제약사들이 많아 이사장단 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논의한 결과, 협회가 나서 사례를 수집해 회원사들에게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