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깜짝 놀라셨을 겁니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에게 ‘강제 인사’를 시킨 이른바 ‘갑질 아파트’ 소식을 들었다면 말이죠. 많은 이들이 공분하고 있는 이 상황, 쿡기자가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지난 4일 오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로 인해 네티즌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몇몇 입주민들이 경비원들에게 강제로 아침 출근 인사를 시켰다는 내용입니다.
함께 올라온 두 장의 사진을 보실까요? ‘경비실’이라 적혀 있는 벽 앞에서 경비원이 입주민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 하고 있습니다. 한 명은 교복 입은 학생, 한 명은 직장인으로 추정되는데요. 언뜻 봐도 젊은이들이네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작성자는 “약 두 달 전부터 부산의 한 아파트 지하 2층에서 나이 많은 경비 할아버지들이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인사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아파트 대표회의에서 ‘다른 아파트는 출근 시간에 경비가 서서 인사하던데 왜 우리는 시키지 않느냐’는 몇몇 아주머니들의 지속적인 컴플레인이 있었다고 한다”며 “그 결과 대표회의 지시사항으로 (인사가)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작성자는 “나이가 지긋하신 경비원들이 나이가 많건 적건 통로를 지나는 한 사람 한 사람 끝도 없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걸 보니 이건 아니어도 한참 아니란 생각이 들어 고발한다”며 “이런 상식 밖의 갑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잊을만하면 일어나는 ‘갑질’ 논란에 네티즌은 폭발했습니다. “지금이 신분제 사회인 줄 아나” “저 나이 드신 분들에게 선 인사를 받고 싶나요. 저는 오히려 불편해 피해가고 싶을 것 같네요” “얼마나 대접 못 받고 살았으면 저런 걸 해달라 하는가” “도대체 경비 아저씨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 하인? 노예?”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봤습니다.
취재 결과 사진에 찍힌 경비원은 용역업체를 통해 들어온 보안요원이었습니다. 해당 아파트 지하는 부산 도시 철도 3호선과 4호선의 환승역인 ‘미남역’과 연결돼 있는데요. 지난 7월부터 외부인 출입으로 막아 놓았던 이 통로를 출·퇴근 시간에만 개방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7시30분에서 8시30분, 오후 6시30분에서 7시30분 동안 말이죠.
아파트 관계자는 “통로 개방 시간에 외부인이 들어올까 봐 보안요원들이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그냥 있기는 좀 ‘뻘쭘’하니 그렇게 인사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사진에 찍힌 보안요원은 특히나 인사성이 밝기로 유명한 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곳에서 인사를 한 보안요원은 총 5명입니다. 이들이 돌아가면서 출·퇴근 시간 지하 통로를 지켰고 모두 입주민을 보고 지나칠 수 없어 자발적 인사를 했다는 이야깁니다.
이 관계자는 아파트 대표회의에서 나온 강제 인사 항의에 관련해서는 “그런 일은 전혀 없다”며 강력하게 부인했습니다.
이어 “네티즌이 주장한 대표회의 지시사항이라는 건 사실이 아니고 글을 올린 작성자가 그렇게 추측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럼 ‘다른 아파트는 출근 시간에 경비가 서서 인사를 하더라’는 부분을 확인해 볼까요? 해당 아파트 근처, 그러니까 미남역과 동래역 사이에는 이 아파트를 포함 6개의 아파트가 있는데요. 이 중 세 곳에 확인한 결과 “입주민과 만나면 묵례 정도지 모든 입주민에게 90도로 강제 인사를 하진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 아파트 부근에서 20여년 간 부동산 중개업에 몸담아 왔던 한 공인중개사도 “그런 일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못 박기도 했습니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물의를 일으킨 점을 인정해 사과문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보안요원의 인사 문제가 왜곡돼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근무 중 인사는 순수한 의미의 인사였고 (인터넷에 도는) 추측성 말들에 대해선 입주민들의 피해가 우려 된다’는 내용입니다.
‘인사 강요’가 있었다는 입주민과 ‘그런 일은 절대 없다’는 아파트 관계자. 입장이 너무나 달라 진실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계자는 이번 일로 인해 보안요원들이 직장을 잃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말을 기자에게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약속, 꼭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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