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몰아치는 바람을 뚫고 한 여인이 기침을 하며 눈길을 걸어간다.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작은 여자 아이는 기생집에 맡겨진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지 못한 여자 아이 진채선(수지)의 관심은 온통 판소리에 쏠려 있다. 장터에서 엄마 손을 잡고 구경하던 판소리의 강렬한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태어난 1847년에는 여자가 판소리를 할 수 없었다. 채선은 뛰어난 판소리 명창도 양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천시 받던 시대에서 판소리조차 할 수 없는 여자로 태어난 것이다. 채선은 포기하지 않고 판소리 대가 동리 신재효(류승룡)의 눈에 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도리화가’의 이종필 감독은 여자소리꾼이 1867년 경회루 낙성연에서 소리를 했다는 기록과 신재효가 남긴 단가 ‘도리화가’ 가사에 주목했다. 신재효가 진채선의 아름다움을 복숭아꽃와 자두꽃에 비유해 지었다는 ‘도리화가’의 존재와 둘의 사제 관계를 연결지어 상상한 이야기를 스크린에서 풀어냈다. 또 이종필 감독은 진채선과 신재효가 어렵게 꿈을 이뤄도 비극을 찾아오게 되는 시대적 배경도 놓치지 않았다. 판소리와 아름다운 여제자가 만들어내는 슬픈 이야기는 충분히 좋은 소재다.
하지만 매력적인 실화가 좋은 영화로 연결되지 않는 사례는 많다. ‘도리화가’ 역시 마찬가지다. 실화의 힘에 기댔기 때문인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했을 이야기를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여자라는 이유로 진채선을 내치던 신재효가 그녀를 거둬들인 이유나 진채선을 다른 제자들보다 유독 아낀 이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낙성연에 진채선을 내보내야했던 이유는 잘 설명되지 않고 지나간다. 또 시대를 거스르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왜 진채선은 판소리에 모든 걸 걸어야 했는지, 어느 순간 그렇게 신재효를 연모하게 됐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 그랬다는 듯, 빈 공간은 관객들의 상상에 맡긴다는 듯 넘어가는 영화의 태도는 몰입을 방해한다.
이야기의 빈 공간을 메우는 건 배우들의 연기와 아름다운 영상, 그리고 구성진 판소리다. 수지는 ‘도리화가’를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류승룡의 묵직한 연기가 만들어낸 공간에서 수지는 소리꾼 연기를 마음껏 펼친다. 조연으로 출연한 송새벽과 이동휘, 안재홍도 욕심내지 않고 묵묵히 제 역할을 소화해냈다. 촬영 장소를 찾는 데 8개월이 걸렸을 정도로 공 들인 영상은 전국 곳곳의 절경은 물론 수지의 미모까지 꼼꼼하게 담아냈다. 배우들이 수개월 간 연습해 직접 소화했다는 판소리 장면도 부족함이 없어 쉽게 빠져든다.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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