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가수 김연우를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연우는 목 상태 이상으로 12일 천안 콘서트를 전격 취소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뿔난 관객들이 십자포화를 가했겠죠. 하지만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일단 오프닝 무대에 섰고, 취소한 직후 눈물로 양해를 구한 모습에 팬들은 오히려 김연우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한 가수가 공연을 취소해도 이 정도 사과를 하는 것이 기본인데 김정은은 다릅니다. 혈맹 관계인 중국에 자신이 직접 만든 모란봉악단을 보냈지만 공연 3시간을 앞두고 돌연 취소됐습니다. 당초 모란봉악단은 12일 오후 7시30분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첫 해외 공연을 할 예정이었지만 4시쯤 북한 고려항공편을 이용해 급히 베이징을 떠났습니다. 북한과 중국 관계를 감안하면 외교적으로 큰 결례를 범한 것이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도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관영 신화통신은 “업무 측면에서 서로 간의 소통 연결에 취소 원인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소통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북중 모두 전혀 사과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공연 취소는 김정은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황당하다는 표정이고, 북한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설은 김정은의 수소폭탄 언급입니다. 김정은은 모란봉악단이 베이징에 도착한 10일 “우리는 수소폭탄의 폭음을 울릴 수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말했습니다. 곧바로 미국은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북한 정권의 리스크와 위협을 심각하게 여긴다”고 밝혔습니다. 중국도 “북한이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기를 바란다”며 불쾌함을 드러냈습니다. 김정은이 수소폭탄을 언급한 상황에서 모란봉악단 공연에 중국 지도부가 참석할 경우 외교적인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 소녀시대’로 불릴 정도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란봉악단 공연에 상대적으로 급이 낮은 중국 인사들이 참석해 김정은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했다는 추측도 나옵니다. 중국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는 김정은 입장에선 무시당했다고 느낄 법도 합니다. 이밖에도 모란봉악단 단원 2명이 망명을 시도했다는 설, 김정은 옛 애인으로 알려진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부담이 됐을 것, 김정은 신변 이상설 등 각종 루머가 나옵니다.
모란봉악단의 일탈에 국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도 호기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북중 관계가 급랭시킬 것이라는 시각이 많죠. 외교적 결례를 서슴지 않는 김정은 행태가 그리 놀랍지도 않다는 의견도 보입니다. 첫 해외공연을 망치고 북한으로 돌아간 모란봉악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