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대표 한류 예능 프로그램이 망신을 당했습니다. SBS ‘런닝맨’이 일본 유명 예능프로그램의 포맷을 표절한 겁니다.
지난 6일 방송된 ‘런닝맨’은 ‘로스트 인 서울’이라는 특집으로 꾸며졌습니다. 사라진 멤버 개리를 찾아 떠나는 미션이었죠. 이 과정에서 멤버들은 개리를 구출하기 위해 제작진이 만들어 놓은 게임에 임했습니다. ‘콧물잡기’ ‘핀볼게임’ 등이 진행됐는데, 이 게임들이 ‘어디서 본 듯하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나왔습니다.
네티즌들의 주장에 의하면 일본 후지TV 예능프로그램 ‘VS아라시’의 ‘코로코 바이킹’과 상당부분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게임은 6명이 각각 3명씩 양쪽에 서서 판을 잡고 균형을 맞춰가며 위의 공을 굴려 점수판까지 이동시키는 방식입니다. ‘런닝맨’에 등장한 ‘콧물잡기’와 ‘핀볼게임’의 전체적인 규칙과 콘셉트가 ‘코로코 바이킹’과 똑같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죠.
표절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빠르게 대처했습니다. 연출을 맡은 임형택 PD는 “표절할 의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표절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어 “‘VS아라시’를 보지 않아서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 같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했죠.
한국의 예능프로그램에서 표절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홍수 속, 아이템 고갈에 직면한 제작진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되죠. 그러나 ‘런닝맨’은 대표 한류 예능프로그램이었기에 이번 표절 논란이 더 큰 아쉬움을 남깁니다.
‘런닝맨’은 5년 동안 SBS 간판 예능 자라를 지켜왔습니다. 고정 시청자층의 지지도 두터웠죠. 특히 중화권과 동남아시아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출연 멤버들은 ‘런닝맨’으로 인해 대표 한류스타로 등극, 해외 팬미팅을 진행할 때 마다 나라가 떠들썩한 정도입니다.
이에 중국 현지 매체들도 이번 표절 의혹 사건을 발 빠르게 보도했습니다. 중국 시나연예, 소후연예 등 매체는 14일 “한국 ‘런닝맨’ 게임이 일본 예능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런닝맨’ 방송 화면과 일본 프로그램의 캡처 화면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도 적잖게 실망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대표 한류 콘텐츠가 일본의 예능 프로그램을 베끼면서 ‘런닝맨’에 오점을 남긴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5년이란 긴 시간동안 시청자와 쌓아온 신뢰도에도 금이 간 것이 사실이죠. 우리나라 시청자뿐만이 아닌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더욱 부끄러운 일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이번 표절 사건이 일단락 된 것은 빠른 인정과 사과 덕분입니다. 한류 예능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표절 논란’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 회 한 회 신중을 기하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랍니다.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