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배우 문채원이 ‘그날의 분위기’로 1년 만에 돌아왔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주연은 지난해 1월 개봉한 영화 ‘오늘의 연애’에 이어 두 번째 연속이다. ‘그날의 분위기’에서 문채원은 ‘철벽녀’ 수정 역으로 작업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재현 역의 유연석과 호흡을 맞췄다. 어느덧 데뷔 9년차 배우가 된 문채원을 지난 6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 반응이 어떤가.
“제 머리에 대해 말도 많고 약간 오해도 있으신 것 같아요. 사실 드라마 캐릭터 때문에 잘랐어요. 오는 3월에 방송하는 MBC 수목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 출연하거든요. 전에 머리 자른 모습을 보여드렸다면 안 그랬을 텐데 처음이라 낯서신가 봐요.”
Q. ‘오늘의 연애’에 이어 ‘그날의 분위기’도 로맨틱 코미디다.
“다양한 영화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자유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했어요. 장르는 비슷하지만 캐릭터는 다르거든요. ‘그날의 분위기’의 수정은 사실 특징이 크게 없는 인물이에요. 인생에 있어 특별한 장애물이나 트라우마, 성격적 결함, 히스테릭 같은 모서리가 없는 동그란 원 같은 인물이죠. 처음에는 ‘어떻게 이렇게 주인공이 평범하지?’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연기할 포인트가 제일 많은 인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래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걸 중점으로 뒀어요. 그런 인물을 연기하는 게 어떤 건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Q. 키스 신에서 많이 아팠다던데.
“호텔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찍을 때 너무 아팠어요. 열이 39도가 넘게 났고 계속 귀에서 소리도 들렸죠. 유연석의 손이 살갗을 스칠 때마다 아팠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정말 죄송한데 오늘 하루만 쉬고 촬영하면 안 되겠냐’고까지 말했어요. 그런데 스케줄 상 안 되는 상황이더라고요. 약 먹으면서 찍긴 찍었는데 너무 아파서 제가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중요한 장면이었던 만큼 너무 속상해서 다시 찍으면 안 되냐고도 했어요. 저 장면을 극장에서 보면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죠. 그런데 감독님은 괜찮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제가 우겨서 후시 녹음도 했는데 결국 처음 게 더 나아서 그걸로 쓰셨대요. 개인적으로 너무 속상하고 마음에 안 들었지만 괜찮다고 하셨으니 지금은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실제 문채원이 극 중에서 유연석 같은 남자를 만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저라면 안 넘어가죠. 실제의 저는 열린 것 같으면서도 꽉 막혀 있어요. 첫 만남에서 ‘저 그쪽이랑 자려고요’라고 하는 건 진짜 좀 그렇지 않아요? 현실이라면 뺨이라도 때리고 싶을 텐데 그것도 저는 무서워서 못할 것 같아요. 요즘 세상이 너무 무섭잖아요. 그냥 ‘죄송합니다’라고 하면서 난청인 척 할 것 같아요. 제 일에만 집중하고 안 들리는 척 할래요.”
Q. 헤어질 때 결단력 있게 말하는 스타일?
“저는 질질 끌어요. 남녀 사이는 시작부터 끝까지 극단적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무턱대고 좋아서 시작하지도 않고 헤어질 때도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정말 힘들게 내뱉죠. 같이 시작했는데 먼저 끝내서 미안하잖아요. 저도 헤어지자는 얘기도 해봤고 헤어짐을 당해보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Q. 배우가 된 이후 연애도 많이 해봤을 것 같다.
“일하면서 연애해보기도 했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을 시작하기 전에 처음 좋아했던 사람을 만난 이후로 제대로 된 연애는 없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만나고 나서 ‘너와 내가 그때 만나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걸 해봤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아요. 서로 알아가다가 헤어진 거죠. 헤어지는데 상대방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게 많더라고요. 어떻게 모르는 게 많은데 헤어졌을까 싶기도 하고 상대를 알아가기가 힘들다 싶기도 하고 그래요.”
Q. 이상형이 정해져있진 않나?
“예전에는 제가 주도적이지 못해서 그런지 주도적인 모습에 끌렸던 것 같아요. 좋게 얘기하면 카리스마고 나쁘게 얘기하면 이기적인 거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많이 불편해졌어요. 이제는 주도적인
모습이든 외모든 상관없어요. 만나보니까 유머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어야 유머가 나오는데 그걸 제가 재밌어하는 것도 크다고 생각해요. 또 당장의 것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도 좋아요. 우리 배우들은 한 작품 단위로 짧게 하잖아요. 제가 뭔가에 예민한 상태일 때 예민해 하지 말라고 풀어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선 굵은 연기는 아직 힘들다고 말했는데 이유가 있나?
“브라운관이 아닌 스크린이라서 그래요. 화면의 크기와 소리의 차이가 있어요. 똑같은 연기를 해도 드라마는 화면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스크린은 화면도 크고 표정이 잘 보여서 연기력이 들통 나기가 쉬워요.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극대화되는 거죠.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그렇게 영향력이 있는지 몰랐는데 영화에서 보니까 잘 한다고 생각했던 배우도 있어요. 또 드라마는 취향이 아니면 돌려 볼 수 있지만 영화는 두 시간 동안 관객을 앉혀 놔야 하잖아요. 아직 스크린에서는 하고 싶은 드라마틱한 장르를 하기에 제 내공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로맨틱 코미디로 인사드리는 것이 관객으로서도 편하지 않을까 싶었죠.”
Q. 배우로서 과한 욕심은 부리지 않는 스타일 같다.
“제 나름대로는 욕심을 냈던 거예요. 지금까지 제가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작품은 없었어요. 전부 도전이었고 실제의 저와 비슷하지 않은 역할들이 더 많았어요. 지금도 큰 변신을 하기엔 이른 것 같아요. 시사회에서 ‘그날의 분위기’를 보면서 스크린 속에서 제 얼굴들을 가만히 지켜봤어요. 그런데 제가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아직은 원숙하거나 농익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Q. 그렇다면 나중에라도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그런 얼굴에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파장이 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영화 ‘밀리안 달러 베이비’도 재밌게 봤고 ‘색, 계’, ‘만추’도 좋았어요. 제 마음에 울림이 컸던 작품을 보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그런 캐릭터를 소화하기도, 영화 내용도 어렵잖아요. 저는 ‘만추’도 어려운 얘기라고 생각했어요. 보면서 많이 울었죠.”
Q. 마지막으로 새해 소망이 있다면?
“좋은 사람 만나는 것까진 바라지 않아요. 일단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일도 잘 되고 아프지 않게 촬영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드라마를 기대해 주시는 분들을 충족시켜 드릴 연기를 했으면 하고 바라죠. 또 있다면 세계 평화요. 전쟁도 안 일어나고 자연 재해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갑자기 막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정말 무섭거든요.”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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