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수정(문채원)과 재현(유연석)은 부산행 KTX 열차 옆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살아온 배경이나 직업은 물론 성격과 이성관마저 완전히 다르다. 첫 눈에 호감을 느낀 재현에게 이 만남은 ‘인연’이고 수정에겐 ‘우연’이다. 수정은 자신에게 샌드위치를 건네주고 목이 막힐까 바나나 우유까지 사주는 재현을 향한 경계를 풀지 않는다. 원하지도 않는 대화를 능청스럽게 건네는 재현이 수정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재현은 수정에게 폭탄선언을 날린다.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
기분 좋은 하루를 예감하게 만들었던 재현의 오늘의 운세가 맞았던 걸까. 수정이 거부 의사를 표현한 이후로도 두 사람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하루 동안 여정을 함께 한다. 밀양의 상갓집부터 부산의 맛집을 거쳐 산 중턱에 위치한 절을 지나 텅 빈 농구장까지. 티격태격 하면서도 수정과 재현은 서로의 내면에 숨어있던 의외의 모습들을 발견하며 점차 가까워진다.
가까워질수록 수정과 재현의 판단력은 흐려진다. 상대방으로 인해 생긴 감정이 하룻밤의 욕망을 해소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진정한 인연을 만났을 때 느끼는 사랑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두 사람의 고민은 부산역에서 ‘쿨’하게 헤어진 이후에도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수정과 재현은 자신들이 너무 길게, 혹은 너무 짧게 이성을 만나며 남에게만 맞추는 연애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KTX에서의 만남이 단순히 그날의 분위기에 취해 이뤄졌던 것만은 아니었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그날의 분위기’는 영화 ‘연애의 목적’과 ‘비포 선라이즈’의 중간 어딘가 쯤에 위치한 영화다. 첫 만남부터 ‘원나잇’을 제안하며 수위 높은 성적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들은 ‘연애의 목적’을 떠올리게 만든다. 기차에서 처음 만난 두 남녀가 하루 동안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흐름에 집중하면 ‘비포 선라이즈’에 가깝다는 느낌도 든다. 서로 다른 두 영화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지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KTX 측에서 제작비를 지원했을 것만 같은 KTX 장려 영화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썸’에 목마른 솔로 청춘들의 환상을 키워주는 영화에 가깝다. 소개팅용 영화로 적합하지 않을까. ‘그날의 분위기’는 혹시라도 영화를 따라해 옆자리의 낯선 여성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걱정됐는지 친절하게도 실제 상황 버전을 쿠키 영상으로 삽입해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bluebell@kukimedia.co.kr
[쿠키영상] 日 국민 아이돌그룹 'SMAP' 해체 위기, 초난강-기무라 타쿠야는 어디로?..."모두 의리남"
[쿠키영상] "헉!" 크리켓 경기 관람 중 돌연 스타가 된 소년...왜?
[쿠키영상] 불쑥 나타난 상어 "땡큐 공짜 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