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영화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에 이르기까지 배우 유연석은 현실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들을 연기하며 자신의 이름을 관객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2013년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이 역을 맡으며 상황은 반전됐다. 이전의 악역 이미지를 지우고 한 여자만 바라보는 ‘국민 순정남’에 등극한 것이다. 유연석은 그에 멈추지 않고 ‘그날의 분위기’에서는 작업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맹공남’ 재현 역을 맡아 바람둥이 이미지까지 가져갈 계획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에 도전하는 유연석을 지난 13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영화 ‘그날의 분위기’를 선택한 이유는?
“난감하다고 느낄 수 있는 대사와 상황들이 재밌고 신선했어요. 날 것의 느낌을 많이 받았죠. 시나리오 속의 난감한 상황들과 대사를 어떻게 그려볼까,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더 신선하게 받아들일까 하는 기대를 안고 시작하게 됐어요.”
Q.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
“극 중 재현(유연석)이 수정(문채원)에게 찾아가 쪽지 한 장을 남기고 가는 장면이 있어요. 둘의 만남이 있었던 날을 떠올리며 쪽지에 그날이 하루가 아니라 매일이 됐으면 하길 바란다고 적어놓는데 그 메모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재현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장치거든요. 글씨도 제가 직접 썼어요.”
Q. ‘그날의 분위기’는 연애에 대한 신랄할 대사가 인상적인 영화다. ‘연애의 목적’이 떠오르기도 하던데.
“처음에 영화의 톤을 ‘비포 선라이즈’처럼 갈 것인지 ‘연애의 목적’처럼 갈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어요. 로맨틱 코미디로 장르를 정한 후 요즘 연애에 대해 유쾌하고 발칙하게 그려내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져 ‘연애의 목적’ 톤으로 가게 됐죠. 덕분에 앞부분에서 영화 톤이 잘 잡혀있더라고요.”
Q. tvN ‘응답하라 1994’에서는 야구선수였고 이번엔 농구선수 출신이다. 운동선수 역할을 자주 맡는 편이다.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뭔가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사실 평소에 농구를 자주하지는 않았어요. ‘응답하라 1994’를 할 때는 사회인 야구 붐도 일었고 저도 지인들과 야구단을 하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칠봉이’ 캐릭터로 이어질 수 있었죠. 이번엔 차에 농구공을 갖고 다니면서 농구 선수에게 레슨도 받고 따로 연습을 많이 했어요. 재현이 키우는 진철이라는 농구 선수와 농구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편집됐어요. 농구연습 열심히 했는데 수정이와 장난치듯이 농구하는 하는 장면 외에는 보여드릴 장면이 없어서 아쉽네요. 하하.”
Q. 실제 유연석은 연애할 때 어떤 스타일인가.
“수정이처럼 철벽을 치는 스타일도 아니고 재현이처럼 하룻밤 연애만 즐기면서 달려드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그 중간쯤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처음 보는 여자에게 자자는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 아닌가요. 하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말을 건네고 연락처를 물어볼 용기 정도는 있어요.”
Q. 유연석은 이성과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하나.
“영화에서 바나나 우유에 꽂힌 빨대에 비닐을 씌워 수정에게 건네는 장면이 나오는데 제가 냈던 아이디어였어요. 또 비 오는 장면도 제가 제안했죠.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발마사지를 해주는데 마사지 자체가 로맨틱한 건 아니에요. 그보다는 수정을 배려하기 위해 비를 어깨에 맞는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죠. 우리가 많이 봤던 거고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작은 포인트들인데 사실은 그런 작은 것들이 여성들 입장에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뻔하고 일상적일 수 있지만 사소한 작은 것들이 하나씩 쌓이게 되면 마음에 드는 이성의 마음을 열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Q.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하는 아이디어들은 어디에서 얻나.
“주위에 있는 여성들에게 많이 물어봐요. ‘응답하라 1994’도 그랬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로맨스가 있어서 어떤 것들이 여성을 설레게 만드는 포인트인지 고민을 많이 하죠. 작품을 할 때마다 캐릭터에 대해 같이 논의하는 액팅 코치가 있는데 여자 분이에요. 같이 한 지는 3~4년 됐어요. 처음에는 여성 코치와 논의하는 게 괜찮을까 생각했는데 여자 입장에서 느끼는 것들에 대해 많이 물어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남자들이 생각하는 작업 확률이 높다고 하는 포인트는 다 잘못된 것들이에요. 여자들은 남자의 생각과는 다른 것에 감동하고 사소한 것에 마음을 열더라고요.”
Q.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스타로 떠올랐다. 그 이후 새로운 도전들을 많이 했는데 흔들린 적은 없었나.
“그렇다고 해서 칠봉이라는 ‘순정남’ 이미지를 계속 보여주고 싶진 않았어요. 대중들이 많이 좋아해주셨지만 그건 한 명의 캐릭터를 보고 느끼신 거잖아요. 진짜 유연석이라는 배우를 사랑하게 만들려면 제가 갖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았죠. 그래서 새로운 이미지들에 도전했던 거예요. ‘그날의 분위기’에서도 새로운 이미지라는 문을 두드린 건데 관객들이 좋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해요.”
Q. 관객들이 ‘그날의 분위기’를 꼭 봐야하는 이유가 있다면.
“새해에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영화예요.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발칙하고 유쾌하게 그려냈거든요.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옆자리에 앉은 누군가를 한 번 보게 되고 관심가게 만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같이 영화를 본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이나 집에 가면서 마주치게 되는 불특정 동승객에게 인사말이라도 건네면 좋지 않을까요. 2016년에는 먼저 말을 건넬 수 있는 문화가 생겼으면 해요. 하하”
Q. tvN ‘응답하라 1988’이 종영을 앞두고 있다. 카메오로 출연할 계획은 없나.
“아직까지 촬영한 적은 없어요. 카메오 출연 제의가 오면 지금이라도 당장 할 생각이에요. 아마 방송 전날까지 촬영할 걸요? 나와 달라고 하면 의리는 지켜야죠.” bluebell@kukimedia.co.kr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영상] '눈밭의 혼인서약' 애견이 촬영한 특별한 결혼식 영상
[쿠키영상] 힘자랑하는 아기의 포즈
[쿠키영상] '꺄악~~~~~~' 미국 포르노 처음 본 한국 여성들의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