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첫사랑의 아이콘’ 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배우 이제훈. 남자 배우 중 그가 가진 유일무이한 수식어다. 첫사랑의 순수함과 설렘을 담았던 이제훈은 이제 소년의 모습은 말끔히 지웠다. 대신 tvN 새 금토 드라마 ‘시그널’을 통해 강렬한 프로파일러로 돌아왔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시그널’은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로 연결된 현재와 과거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들을 다시 파헤치는 내용을 그린다. 극 중 이제훈은 장기미제 수사팀 프로파일러 박해영 역을 맡았다. 경찰이지만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아이러니한 인물로, 프로페셔널하면서도 위트와 인간미를 갖춘 캐릭터다.
여기에 배우 김혜수, 조진웅과 ‘미생’을 연출한 김원석 PD, ‘쓰리데이즈’ ‘펀치’를 집필한 김은희 작가가 의기투합했고, ‘시그널’은 첫 방송부터 대박이 났다. 1화는 6.3%, 2화는 7.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작 ‘응답하라 1988’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단 2회만이 방송됐지만 ‘시그널’ 호평의 중심에는 이제훈이 있었다. 김혜수, 조진웅 등 강렬한 연기를 뿜어내는 배우들 틈에서도 그는 묻히지 않고 제 몫을 해냈다. 한없이 깊은 감정연기를 보여주는가 하면, 개구지고 능청스러운 면모도 보여줬다. 자칫하면 무겁게만 흘러갈 수 있는 수사극에서 강약을 조절하는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했던 이제훈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훈은 2011년 영화 ‘고지전’ ‘파수꾼’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남우상을 휩쓸며 충무로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이후 ‘건축학개론’(2012)으로 ‘국민 첫사랑’을 상징하는 배우로 떠올랐다. 그러나 유독 TV드라마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건축학개론’ 차기작이었던 SBS ‘패션왕’은 혹평과 함께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했다. 군 제대 후 복귀작이었던 SBS ‘비밀의 문: 의궤 살인사건’(2014) 역시 조용하게 막을 내렸다.
2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이자 첫 케이블 출연작인 ‘시그널’은 이제훈에게 그간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드라마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에서 열린 ‘시그널’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제훈은 “정말 이런 작가, 감독, 배우들과 함께 드라마를 만드는 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촬영 중”이라며 절실함을 드러냈다. 이어 “대본을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서 현장에서 더 편하고 여유가 생겼다. 그만큼 캐릭터에 집중해서 후회하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제훈과 김원석 PD의 만남은 ‘시그널’이 처음은 아니다. ‘미생’(2014)의 장그래 역으로 이제훈에게 캐스팅 제의가 갔으나, 결국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석 PD를 다시 만난 이제훈은 ‘시그널’을 통해 군 제대 후 이어진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더 이상 ‘건축학개론’의 이제훈이 아니길 바라며, ‘시그널’이 그의 대표작으로 추가되기를 기대한다. hye@kmib.co.kr
코너명 : 자랑할 이, 형 형兄, 어찌 내奈, 횃불 거炬.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분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