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영화 ‘검사외전’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배우 황정민, 강동원 주연의 ‘검사외전’은 설 연휴 특수를 누리며 개봉 8일 만에 관객수 6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5일의 연휴 기간 동안 476만 명의 관객들이 ‘검사외전’을 본 덕분입니다. 하지만 관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검사외전’이 영화관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9일 하루 동안 ‘검사외전’은 1806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됐습니다. 전체 상영관이 2300여개인 것을 고려하면 약 78%의 상영관에서 ‘검사외전’이 상영된 것이죠. 같은 날 ‘검사외전’의 상영 횟수는 9422회로 전체 상영의 53%를 차지했고 관객수는 117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만큼 ‘검사외전’은 많이 상영됐고 많은 관객들을 모았습니다.
‘검사외전’을 두고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마땅한 경쟁작이 없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상영관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는 ‘쿵푸팬더3’의 스크린수는 연휴 기간 동안 900여개로 ‘검사외전’의 절반에 그쳤습니다. ‘검사외전’과 같은 주에 개봉한 영화 ‘캐롤’의 스크린수는 200여개에 불과했죠.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이 선택의 자유를 제한받은 것입니다.
영화관의 입장은 다릅니다. 더 높은 수익성을 담보해주는 ‘검사외전’을 최대한 많이 상영하고자 했던 결정은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실제로 개봉 전 예매율이 70%에 달했던 ‘검사외전’은 많은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은 개봉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4일 32.7%였던 ‘검사외전’의 좌석점유율은 5일 40.7%, 6일 58.3%, 9일 66.8%까지 치솟았습니다. 상영관의 빈자리가 많지 않은 영화를 확대 상영하는 건 영화관으로서 당연한 선택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온통 ‘검사외전’ 뿐인 영화관 환경이 좌석점유율과 관객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개봉 첫날 1200여개 스크린에서 출발한 ‘검사외전’이 1800여개 스크린을 장악하면서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 볼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점점 좁아졌습니다. 다수 관객의 취향을 근거로 하는 영화관 측에 의해 일부 관객들의 영화를 선택할 자유는 희생돼야 했던 것이죠. ‘검사외전’과 같은 주에 개봉한 영화들은 공정한 경쟁을 벌일 시간도 확보하지 못한 채 스크린을 내줘야했습니다.
‘검사외전’에 밀려 보고 싶은 영화를 예매했음에도 보지 못한 관객도 있습니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에는 ‘쿵푸팬더3’를 보려고 예매했지만 상영 전날 CGV 대구점 측으로부터 예매를 취소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네티즌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네티즌은 영화관 측이 아이맥스 관을 점검해야한다는 이유로 예매를 취소해 달라고 했지만 정작 그 시간대에 점검 대신 ‘검사외전’이 상영됐다고 전했습니다. 영화관 측이 관객을 속이면서까지 ‘검사외전’의 스크린수를 늘린 것입니다. CGV 대구점 뿐 아니라 천호점과 판교점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는 네티즌들의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를 포기해야 했던 관객들에겐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11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CGV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영화시장이 계속 안 좋았다”며 “극장으로서는 ‘검사외전’에 관객들이 몰리니까 상대적으로 관객이 적은 ‘쿵푸팬더3’의 상영관을 취소하고 아이맥스에서도 ‘검사외전’을 걸어 수익을 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본사의 결정이 아닌 각 지점의 결정”이라면서도 “고객들에게 사죄드린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전했습니다.
현재로선 영화관 측의 상영 방식을 제재할 방법이 없습니다. 영화 산업은 공적인 영역이 아닌 사기업의 수익 사업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한국 영화계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한 편의 영화에 관객이 몰리기 쉬운 환경은 여러 편의 ‘천만 영화’와 수많은 ‘폭망 영화’를 만들어내게 되고, 더 실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영화 대신 안정적인 관객 맞춤형 영화들만 제작되도록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영화의 생태계 건강을 위해서라도 개봉 영화의 상영 기간을 보장해주거나 ‘다양성 영화 쿼터제’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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